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진흙탕 까르푸 인수전

한국까르푸 인수전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진흙탕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인수 경쟁에 뛰어든 일부 유통 업체는 취재 경쟁에 바짝 독이 오른 언론에 자사에 유리한 정보를 흘리고 있다. 또 경쟁사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할 경우에 대비해 한국까르푸의 몸값을 부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 같은 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까르푸로부터 출발한다. 비록 지금은 내놓고 매각을 추진하면서 몸값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한국까르푸는 매각설이 솔솔 나오던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매각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인수합병(M&A) 작업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비밀스러운 일이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미 다 알려진 사실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으며 거짓말로 일관했던 한국까르푸의 배짱에는 ‘오만’이란 훈장을 주고 싶을 정도다. 오죽하면 필립 브로야니고 한국까르푸 사장이 “어떤 일이 있어도 여러분(임직원)을 케어(고용승계)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회사 임직원들이 “거짓말을 일삼는 사장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까지 했을까. 결국 저간의 ‘진흙탕 경쟁’에서 이득을 본 쪽은 한국까르푸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2~3년 전 매각설이 불거져나왔을 때 8,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몸값이 현재는 2배가 넘는 1조8,0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으니 말이다. 이제라도 ‘혁명적인 업계 순위 판도 변화’ ‘오너의 특명’ ‘현위치 고수’등을 명분으로 진흙탕에 아낌없이 몸을 던졌던 국내 유통 업계들은 진정한 한국까르푸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한국까르푸의 매장 중 절반은 임대다. 따라서 인수할 경우 각 소유주는 물론, 개별 임대매장(테넌트)에 입점해 있는 임차인들과도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 한국까르푸 임직원들에 대한 고용 승계도 걸림돌이다. 또한 한국까르푸를 인수하더라도 리모델링 비용으로 수백억~수천억원의 추가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까르푸는 모 법무법인을 통해 M&A와 관련한 인수의향제안서를 다음주까지 제출받고 이를 토대로 조만간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동시 실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 업계가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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