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추락증시」를 진단한다/전문가 좌담

◎“내년 상반기엔 장세 회복된다”/가수요·고금리·사정한파 등 침체 원인/배당수익 보장등 소액주주 보호해야/투자자 보수적 전략속 재료주 선별 필요주식시장이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전망 수급, 금리동향등 증시 주변 여건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주가 하락이 어느 선에서 멈출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이에따라 추가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은 주식 투매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의 주가하락은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어서 단기간에 상승전환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침체증시를 방치하다가는 침체가 침체를 부르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의 투자심리마저 최근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증시안정화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폭락증시 원인 분석과 앞으로의 증시 전망, 폭락증시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안, 투자전략등을 전문가 방담을 통해 긴급 점검해본다.<편집자주> □ 참석자 유시왕 동서연구소 소장/조봉삼 대한투자신탁 상무/손영보 현대증권 상무 ○폭락장세의 원인 ▲손영보 현대증권상무=최근 주식시장 침체는 국내 증시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 경기하강이 지속되고 있으나 경기바닥에 대한 공감대는 아직 형성되지 못했다. 주식수급면에서는 고객예탁금이 최근 보름동안 4천억원 가까이 빠진 반면 신용융자 잔고는 줄어들지 않아 주식시장에 가수요가 상존하고 있다. 또 금리는 정부의 강력한 금리인하 의지에도 12%대에서 하락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상승하기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사정한파까지 겹쳐 주식시장은 뒤틀릴 대로 뒤틀린 상태다. 따라서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증시는 침체를 지속할 전망이다. ▲조봉삼 대한투자신탁상무=동감이다. 주식시장 침체가 경기와 수급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만큼 단기적인 처방으로 주식시장을 되살릴 수 없으며 증시 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시왕 동서경제연구소소장=최근 주식시장 침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배당에 인색하는등 소액주주들을 철저히 무시해 왔다. 지난 92년 이후 주식시장에서 일반인들의 자금이 10조5천억원 가량 빠져나간 데서 알 수 있듯 일반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채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언제쯤 회복되나 ▲조 상무=최근 증시침체가 경기·수급·금리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만큼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증시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기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전망하듯 내년 상반기 말이나 내년 하반기중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수급은 고객예탁금 감소와 신용물량 정체, 증시 공급물량 증가등으로 악화되고 있으나 근로자 주식저축으로의 자금 유입으로 연말께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요인들과 주식시장의 선행성을 고려한다면 올 연말이나 내년 1·4분기에는 주식시장도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 상무=최근의 폭락장세 우려는 그동안 지지선 역할을 하던 주가지수 7백50포인트마저 무너져 버린데 따른 심리적 공황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추세선을 이탈한 만큼 어느 지수대면 하락을 저지할지에 대한 기술적 분석이 힘든 상황이나 7백포인트 정도면 지수하락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국면은 하락압력은 크지 않은 반면 상승여력은 큰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가 내년 상반기말께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금리도 점차 하향안정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내년 1·4분기에는 지수의 상승전환이 기대된다. ○적극적 회복방안은 ▲유 소장=주식시장의 회복 여부는 경상수지 적자의 축소 여부에 달려 있다. 경기가 예상대로 내년 2·4분기 정도에 회복된다고 가정한다면 올 연말이나 내년초 주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경기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따라서 주식시장 회복여부도 불투명하다. ▲조 상무=폭락증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경기와 금리, 수급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하나 이는 장기적인 과제이고 증시 내부적으로는 수요 기반 확충과 공급물량 축소가 선행돼야 한다.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자금을 증시로 유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자금을 증시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배당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국내의 배당정책은 액면가배당으로 배당수익률이 1.2∼1.5%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금리가 절반 가량 낮은 미국과 영국의 배당수익률이 2.9∼3%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은 배당에 인색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는 배당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식에 투자하게 만든다. 주식공급물량 축소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주식시장이 회복될 기미만 보이면 공기업 민영화 조치등으로 주식시장에 물량부담을 안겨주는 정책을 일삼아 왔다. 정부가 철저히 주식시장을 무시한 셈이다. 정부는 공기업 주식매각을 증시상황과 연동시키는 정책을 개발, 실시했으면 한다. ▲유 소장=투자자들의 배당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이 현재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미국 주식시장이 최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등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는 원인도 미국기업의 주주 우대 배당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 기업들은 매분기별로 결산실적을 발표하고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미국 투자가들의 중요한 투자지표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연말에 결산실적을 공표하고 배당을 실시하면서 낮은 배당률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주주를 무시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손 상무=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 연기금은 제도적 규제와 정부기관 차입, 주식투자 평가손에 대한 문책등으로 주식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중은 5.9%에 불과, 미국의 48%, 일본의 34%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국내 증시의 안정을 위해서도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는 필요하다고 본다. ▲조 상무=근로자 주식저축을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근로자 주식저축에 가입하는 계좌의 예탁금 금리를 현행 3%에서 5% 수준으로 늘리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현재 증권금융의 공모주 청약예금 금리가 6% 수준인데 반해 근로자 주식저축 가입 계좌의 예탁금 금리가 3%라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감이 있다. 근로자 주식저축은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1천만원까지 한도가 정해진 만큼 예탁금 금리를 5% 수준까지 올린다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 소장=근로자 주식저축 계좌의 예탁금 금리를 5%로 올리면 증권사에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되나 주식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이의 도입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고 여겨진다. 증권사들이 그동안 자금운용을 위해 금리가 15%대에 이르는 콜자금을 차입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근로자 주식저축의 예탁금 금리 상승은 바람직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고객예탁금을 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됐으면 한다. 미국의 경우 고객의 예탁금을 자동적으로 단기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 주식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을 고려하면 고객예탁금 예치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손 상무=외국인투자가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 92년 외국인주식투자한도 확대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순매수 세력으로 이들이 국내 증시를 떠난다면 국내 증시는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할 것이다. ▲유 소장=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는 국내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매도를 고려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보유 지분은 전체 시가총액의 10% 이상으로 이들이 매도세로 돌아선다면 국내 증시는 공황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외국인중 미국계 투자가들이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매수세력이었으나 이들은 국내 주식을 필요한 만큼 편입한 상태이므로 일본 투자가들을 유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의 가장 큰 해결방안은 한·일간의 이중과세 방지협정 체결이다. 정부는 외국인들의 매도세 전환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국제영업담당자들은 이를 두려워할 정도로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침체때 투자전략은 ▲손 상무=투자자들은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견지한 가운데 신용투자자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반등시마다 현금확보에 나서고 나머지 투자자들은 장세를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주식시장 침체가 조만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정정도의 현금 확보는 필수적이다. ▲조 상무=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시황관을 갖는 가운데 일부 재료보유 종목들에 대한 선별작업이 필요하다. 주식시장 침체에도 수익을 내는 종목이 있으므로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유 소장=재료보유 개별종목 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10% 이상 지분 확보를 금지한 증권거래법 200조가 내년 4월 폐지될 예정임에 따라 기업인수합병 관련주들이 크게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주주 지분이 낮은 지주기업의 주가상승이 기대되는 시점이다.<정리=정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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