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와 유럽의 세계전략 차이분석

■미국vs유럽 갈등에 관한 보고서 로버트 케이건 지음/ 세종연구원 펴냄 “이라크에 대한 프랑스, 독일의 채권을 동결한다” 최근 미국이 이라크의 전후 처리를 놓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유럽의 반전국가들을 견제하고 나섰다. 미국 국방성 부장관인 월포위츠는 최근 프랑스와 독일 등 몇몇 유럽국가들이 이라크에 제공한 자금이 후세인 대통령의 개인 치부와 대량살상무기 등의 개발에 쓰였다는 이유로 이들 채권국들의 이라크 채권을 동결하겠다고 선언,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이 미국과 유럽이 서로간에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19세기이후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슈퍼파워로서 `서방국가`라는 한가지 힘으로 인식돼 왔던 미국과 유럽이 이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세계 정책에 있어 사사건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이라크전쟁도 당초 국제연합을 통해 유럽 등 세계 강국들의 전쟁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미국은 결국 시간만 끄는 국제연합의 결정을 뒤로 하고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전격적으로 단행하고 말았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리스트인 로버트 케이건은 최근 펴낸 `미국vs유럽 갈등에 관한 보고서`라는 책에서 냉전체제 붕괴이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서로 다른 노선 차이를 밀도있게 분석하고 있다. 케이건은 두 세계간의 갈등 구조를 `힘의 변화`라는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2차대전이후 세계의 중심국으로 진입한 반면, 유럽은 점차 세계의 중심국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 최근 심화되고 있는 양측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스스로의 힘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있는 반면 유럽은 세계 경영의 자신감을 잃고 점차 과거의 영화에 대한 향수로 회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미국과 유럽을 `악당을 쳐부수는 보안관`과 `힘없는 술집주인`에 비유한다. 보안관은 주민의 동의없이도 주민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 무법자들을 쳐부순다. 보안관이 판단하는 `무법자`나 `정의`는 주민들의 구체적인 승인을 기다리지 않는다. 보안관이 판단하는 대의가 곧 주민들의 대의인 것처럼, 최근 국제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판단하는 가치는 세계 각국의 합의가 없어도 곧 세계의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힘이 빠진 술집 주인은 여전히 경제적인 또는 실질적인 이익을 기대하면서 무법자들에게까지 술을 팔면서 보안관의 횡포(?)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면서 술집 주인은 무법자가 조용히 앉아서 술을 마실 때는 그가 누구이든 상관하지 않다가도 무법자가 행패를 부리게 되면 결국 보안관의 힘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저자는 최근 미국과 유럽이 전략적, 국제적 문제에서 계속 이견을 보이는 이유는 어느 특정 사건에서 연유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형성돼 온 세계 무대에서의 입장의 차이, 즉 뿌리깊은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유럽은 19ㆍ20세기 중반까지의 파란의 시대를 청산하고 평화와 상대적 번영을 추구하는 칸트류의 `영구평화`를 지향하고 있는 반면, 냉전체제 붕괴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은 홉스가 말하는 무질서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군사력의 활용이 주효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나토(NATO) 등 집단적인 안정장치를 선호하는 것도 국제적인 역학관계에서 쇠락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미국도 유럽에 비해 힘이 약했던 1ㆍ2차 대전 이전까지는 지금의 유럽 국가들처럼 고립주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등 불간섭,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며 `약자의 병법`을 구사해 왔다. 저자는 이제 세계가 직면한 당면과제는 미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새로운 현실에 다시 적응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어 앞으로도 미국식 `일방주의`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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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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