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발빠른 2인자' 보다 '진정한 1인자'로 세계시장 선도해야"

[서울포럼 2010 둘째날] IT전쟁 승자는 누구… 'IT, 앱스토어를 넘어서' 토론<br>앞선자 기술 모방하지 말고 소비자 욕구 미리 파악필요<br>한국, 세계수준 SW 경쟁력 산업생산성 향상에 활용을

8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세션3에서 참석자들이 'IT 업스토어를 넘어서' 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명성(왼쪽부터)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 프레드 보겔스타인 와이어드매거진 편집위원,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최두환 KT종합기술원장. 이호재기자


한국 정보통신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애플과 구글이 장악하고 있는 전세계 IT 전장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 '발 빠른 2인자'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한국은 '진정한 1인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서울포럼 이틀째인 8일 오후, 전세계 IT 관계자들의 이목이 서울 신라호텔로 쏠렸다. KT와 SK텔레콤 그리고 애플의 오늘을 일궈낸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한 테이블에서 한국 IT의 미래를 예측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과 이명성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 최두환 KT종합기술원 원장이 한국 정보통신 산업의 과거 성공과 함께 현재의 한계, 미래의 전략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을 가졌다. 화두를 던진 이는 워즈니악. "스마트폰이 정말 똑똑해(smarter)졌습니까?" 그는 아니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은 기계와 소프트웨어 모두 단순해지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갖던 두려움을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간 것입니다." 워즈니악은 한국의 IT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진정 궁금해 했다. ◇이제는 '진정한 1인자'로 거듭나자=최 원장은 한국이 지난 10여년간 취해온 '발 빠른 2인자(Fast Follower)' 전략을 이제는 버리고 '진정한 1인자(First Mover)'로 시장을 선도해야 할 위치에 있다고 주장해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애플ㆍ구글ㆍ아마존ㆍ닌텐도ㆍ넷픽스(Netfix) 등 시장을 이끌고 혁신을 주도하는 이들은 새로운 도전자도, 성공의 비결을 좇는 2인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1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단순히 소비자의 수요를 바라볼 게 아니라 수요를 쉽게 잘 소화해낼 방법을 연구하자"는 게 최 원장의 생각이다. IT는 결국 현실세계를 반영하고 모방한 가상세계이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서로 다른 사람들이 IT에서 어떤 편리함을 원하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IT의 핵심은 지식서비스(Knowledge service). 유비쿼터스 세계에서 삶을 풍요롭게,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잘 놀기 위한 수단이다. 지난 30년간 IT의 눈부신 진화는 결국 이 '풍요로운 삶'을 돕는 수단이기에 기본으로 돌아가 소비자들의 욕구를 한 발 앞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2인자는 앞선 자의 기술을 모방하지만 1인자는 보다 소비자의 생각을 깊이 있게 읽어내야 한다는 발상이다. ◇한국의 IT는 껍데기에 불과하다=이 CTO의 발표는 더 파격적이었다. "우리는 흔히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말합니다. 사실입니까?" 청중들이 우물쭈물하자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런던비즈니스스쿨이 평가한 한국IT산업 점수를 들이댔다.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와 인프라를 활용해 산업생산성을 높이는 쪽에서 한국은 미국은 물론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8년 기준 매출액 490억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분야에 비해 190억달러에 불과한 소프트웨어ㆍ콘텐츠 분야는 한국 IT산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이 CTO는 "정보통신 산업은 한국 산업에 있어 분명한 성장엔진이고 세계적으로 앞선 자리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생산성 향상에 활용한다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따라가는 게임을 잘 했다. 그러나 리더가 되는 데는 부족했다"고 고백하며 1인자론을 펼친 최 원장의 발표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결국 해답은 불확실한 시장을 파악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캐파가 늘어나는 만큼 기술은 발전하지만 과연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시장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 게 1인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토론자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이명성 SKT 최고기술책임자 최두환 KT종합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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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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