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별정통신업체들이 난립하면서 통신시장 질서가 급속히 혼란에 빠져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별정통신 2호사업자(모집 대행업자)들은 큰 밑천 없이도 손쉽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비전문가들까지 잇달아 업체를 설립하고, 이 과정에서 대리점·프리랜서(개인영업가)들을 무분별하게 유치해 부도가 날 경우 이들의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별정사업자들은 대리점과 프리랜서들에게 보증금이나 기타 명목으로 많게는 200만원, 적게는 10여만원의 돈을 받는다. 문제는 별정사업자가 부도가 날 경우 대리점이나 프리랜서들은 보증금은 물론 영업실적에 따른 수수료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각종 수수료는 한국통신·데이콤 등 기간통신사업자가 별정사업자에만 지불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별정2호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의 모집을 대행해주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업체로 자본금 3억원만 있으면 누구나 설립이 가능하다. 현재 정보통신부에 등록한 업체만 120개 업체가 된다. 최근에도 정통부에는 하루 수십통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등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은 대리점·프리랜서 등을 모집, 이들의 영업을 통해 확보한 가입자들을 갖고 한국통신·데이콤 등과 계약을 통해 수수료 통화료중 일부를 받아 대리점·프리랜서와 나눈다. 따라서 별 노하우가 없더라도 「발이 넓은」 사람은 가입자를 대량으로 유치,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120개 사업자중 영업 계약을 맺은 업체는 한국통신과 계약한 52개, 데이콤과 계약한 20개 등 72개에 불과하다. 또 최소 100만 콜을 확보해야 5%의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어 수입도 많은 편이 아니다.
현재 이들 72개 업체들은 해당 기간통신업체의 특정 상품을 팔아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형태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월 평균 100만원 수익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한통과 데이콤은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별정사업자들을 이용하고 있다. 데이콤은 현재 10%에 불과한 시외전화 시장점유율을 올해중 15%로 높인다는 목표 아래 「센서라인」이라는 신상품까지 만들어 별정업체들을 통한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사는 시외전화 사전선택제를 통해 상대방 회사를 선택한 가입자를 뺏어올 경우 10% 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며 별정업체들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별정사업자들은 다단계 판매회사와 제휴하여 변칙 영업에 나서는 등 시장을 혼란시키고 있다.
결국 별정통신업체들은 신시장을 창출하기보다 기간통신사업자들간 점유율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이쪽저쪽을 옮겨다니며 수수료만 챙기는 영업 행태를 보이는 것. 이는 별정통신사업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기간통신사업자의 부실화만 초래한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별정통신사업을 허용한 것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영업력을 보충하고, 다량이용 할인제도를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본래 취지』라며 『그러나 현재 아무런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못하면서 시장질서만 문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곧 실태파악을 통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백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