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제 비관론과 낙관론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동안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경제가 소비심리 위축 및 설비투자 부진으로 다시 하강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더블 딥(double dip)'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경제가 지난 1ㆍ4분기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비와 투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실업률 등 다른 경기지표도 다시 악화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의 배경이다. 지난해 3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미국경제는 올해 1ㆍ4분기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5.8%라는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경제의 경기회복세가 그다지 견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각 부문별 기여도를 따져보면 소비나 투자보다 재고변화 부문이 성장률의 절반 이상인 3.1%포인트나 된다. 실제로 개인소비는 올해 1ㆍ4분기 3.5%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4ㆍ4분기의 6.1% 증가에 비해 크게 낮아졌고 기업의 고정투자 역시 전분기보다 5.7% 줄어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월 들어 유가급등, 기업들의 실적부진 전망에 따른 주가하락, 중동지역 긴장고조 등의 요인으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면서 각종 지표들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의 소비심리를 가늠하는 소비자신뢰지수는 4월 중 108.8을 기록해 3월보다 1.9포인트 하락했고 제조업의 구매관리자지수 역시 3월보다 1.7포인트 하락한 53.9에 그쳤다. 내구재 주문액도 3월 중 군수품을 제외한 자본재 수주액이 전월 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민간기업의 설비투자 회복 전망을 '불투명'으로 돌려놓았다. 여기에 실물경제의 가장 주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인 실업률이 4월 중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해 지난 8년 사이 가장 높은 6.0%까지 치솟은 것도 미국경제의 빠른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실업률이나 구매관리자지수 등 경기지표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4월 중 실업률이 높게 나타난 것은 실업보험대상이 확대되고 계절적인 요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그동안 가장 우려했던 제조업 부문에서의 고용감소 추세는 크게 둔화됐고 근로시간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고용사정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1ㆍ4분기 중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9년 만의 최고치인 8.6%를 기록한 점이다. 이는 제조업의 구매가격지수가 2개월 연속 상승한 것과 함께 앞으로 미국기업들의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경기가 다시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또 다른 청신호도 있다. 4월 중 제조업의 구매관리자지수는 비록 3월보다는 하락했지만 그 수준 자체로는 호황이 지속된 90년대 후반의 평균치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1ㆍ4분기 중 설비투자 감소추세가 크게 둔화된 것과 재고가 거의 바닥상태에 근접했다는 사실은 미국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몇달간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경기회복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까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해 한해에만 연방자금금리를 4.75%포인트 인하, 40년 만의 최저치인 1.75%로 낮춘 가운데 실업보험 청구기간 연장, 세금감면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과 함께 특히 제조업 부문의 지표들을 고려한다면 돌발적인 악재가 나오지 않는 한 미국경제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우려와 달리 앞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해왕<한국금융연구원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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