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엔고' 변수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 외환시장 '안개'… 원·달러 환율 향방은<br>당분간 1,180~1,200원사이 오갈듯


휴일을 마치고 사흘 만에 다시 문을 연 서울 외환시장. 이날 시장은 장 초반부터 '이상 거래'가 속출했다. 전거래일보다 14원20전이나 급등한 달러당 1,198원으로 두 건의 거래가 체결되더니 다음 거래는 1,190원에 이뤄졌다. 결국 앞선 두 건의 거래를 은행 간 합의로 딜미스로 처리됐고 이날 개장가는 1,190원으로 수정됐다.

딜미스는 개장 18분쯤 후 또다시 발생했다. 1,194원 언저리에서 거래되던 환율이 갑작스럽게 1,200원으로 치솟은 것이다. 이 거래 역시 딜미스로 처리됐다.


이 같은 상황은 언뜻 일과성 해프닝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최근의 시장상황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외환시장 전체가 불확실한 대외경제 상황에서 안개 시황으로 바뀐 것이다.

사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하순부터 이달 초까지만 해도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환율은 1,160원대로 미끄러지면서 당장이라도 1,100원 아래로 내려앉을 기세를 보였다. 북한발(發) 악재가 터져도 환율은 내림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표방하는 친서민 정책의 물결에 환율정책도 호흡을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즉 고환율 정책의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순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확 변했다. 이른바 미국을 위시로 한 세계 경기의 더블딥 우리가 다시 불거지면서 글로벌 돈 흐름이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이런 가운데 달러화 강세와 이머징 통화의 약세 현상이 다시 연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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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역시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야금야금 올라가더니 16일에는 장중 1,200원을 뚫고 올라가 한때 1,200원30전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경지지표 부진으로 지난 13일 뉴욕 증시가 부진을 보인 데 이어 이날 나온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마저 시장의 예측치를 밑돈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타오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의 불길이 일본에까지 확산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가중된 셈이다.

이날 장 초반 서울 외환시장에서 연출된 연이은 딜미스는 시장의 이런 불확실한 국면이 만들어낸 풍광이었다. 외환시장 전문가라는 딜러들조차 현재의 시장상황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모습 속에서 시장에는 '럭비공 환율'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최고(1,200원30전)와 최저(1,185원30전) 간에 15원 차이가 나는 극심한 일교차를 나타냈다.

문제는 이런 안개 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워낙 복잡다단하기 때문이다. 외견상 미국 경기 둔화와 일본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만 따지면 분명 원ㆍ달러 환율은 우상향의 그림을 계속 그려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엔고다. 일본 외환당국이 과연 엔고를 언제까지 방치하겠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논리로 보면 일본 외환당국이 보다 강력한 개입에 나설 경우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의 개입이 무조건적인 원화 강세를 보장한다고 볼 수도 없다. 미국이 엔화 약세를 도모하는 개입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일 간에 일종의 '스몰 통화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원ㆍ달러 환율은 당분간 1,180~1,200원을 오가는 눈치보기형 박스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환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다만 1,200원에 대한 저항이 여전히 크고 이에 맞춰 기업들이 물량을 내놓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급격하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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