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억새밭 오르니 외로움도 행복이어라

정선 민둥산<br>손꼽히는 억새 군락지…가을이면 장날처럼 '북적'<br>대머리산 정상서 탁트인 사방을 보면 마음도 후련


억새밭 오르니 외로움도 행복이어라 정선 민둥산손꼽히는 억새 군락지…가을이면 장날처럼 '북적'대머리산 정상서 탁트인 사방을 보면 마음도 후련 정선=글ㆍ사진 홍병문 기자 hbm@sed.co.kr 관련기사 • [여행메모] 정선 민둥산 허투루 대접 받던 억새풀도 이곳에선 주인공이 된다. 본디 꽃이 아니라 풀이건만 여기서 만큼은 풀이란 초라한 딱지를 떼고 떡하니 꽃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억새풀이 아니라 억새꽃이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는다. 다른 곳이면 몰라도 이곳 강원도 정선 민둥산에서 만큼은 수십, 아니 수백만 억새풀이 하나같이 모두 슈퍼스타 일급 주연배우. 가을이면 이땅 곳곳의 아름다움이 강남 거리의 짝퉁 페라가모처럼 흔하게 널려 있다지만 억새풀은 단연 독보적 존재다. 짝퉁보다 못한 시골장터 고무신 대접을 받던 억새풀이 명품 반열에 우뚝 선다. 색깔이야 내장산, 설악산의 단풍의 곱디 고운 붉은 빛에 비할 수 없지만 은은한 황토 빛의 고운 맛은 단풍과는 또 품이 다르다. 개체 하나로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억새풀이 떼를 지어 넘실대며 집단 미학의 절정을 만들어 낸다. 바람의 흐름을 따라 촌각의 시차를 두고 차례로 흔들리는 억새꽃의 군무(群舞)는 평양 능라도 5ㆍ1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연출하는 카드섹션의 감동을 넘어선다. 투명한 가을 햇빛 한 조각이 억새풀 솜털을 관통할 때 토해내는 금빛 분광은 천한 미물의 것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움 가운데 최상급이란 찬사를 받을 만하다. 그렇기에 민둥산 억새밭에서 외로움이란 오히려 지극히 행복한 사치로 둔갑한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은 전국 5대 억새꽃 군락지 가운데 하나. 제주도 동쪽 오름지대, 경남 창녕 화왕산, 지리산 만복대 등 빼어난 억새 군락지가 많지만 정선 민둥산은 비교적 서울에서 교통이 편해 찾는 이가 많은 곳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내내 한적한 정선 민둥산은 가을이면 장날 마냥 북적대기 시작한다. 지난해 민둥산을 찾은 사람이 대략 37만명 가량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억새풀을 보려는 가을 등산객이었다. 1,118m의 민둥산은 가을을 제외하면 텅 빈 벌판과 같은 모양의 광막한 대머리 산. 등산로 초입에서는 울창한 소나무에 가려 억새가 보이지 않지만 정상 부근에서는 시야가 탁 트이며 민틋한 억새밭이 펼쳐진다. 억새밭의 장관은 해발 800여m의 발구덕마을 너머에서 정상까지 이어진다. 산세가 그다지 험하지 않아 어린이도 쉽게 등산을 즐길 수 있다. 민둥산 억새들은 대부분 높이가 한길이 넘고 조밀하게 붙어 있어 욕심을 내 지름길을 찾으려 하면 자칫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빠져 헤매기 십상이다. 민둥산 주변의 발구덕마을은 카르뵈?지형으로 지질학적으로는 석회암 토지의 표면에서 볼 수 있는 사발 모양의 움푹 팬 모습을 띠고 있다. 땅 밑에 큰 동굴이 있어서 지표면과 이어진 굴을 통해 흙이 조금씩 빠져 나가기 때문에 비가 오면 순식간에 구덩이가 생긴다고 한다. 입력시간 : 2005/10/13 15:25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