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태극전사가 우리민족에게 신화로 길이 남을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열린 6월 18일.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그야말로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온 국민은 하나가 되었고 서로 얼싸 안았다. 이보다 더 극적인 반전과 감격이 또 있을까.
8강 신화의 중심에는 명장 '거스 히딩크'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축구를 세계로 끌어올린 히딩크에 대한 수많은 찬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히딩크에게 배울 교훈으로 '합리성'을 꼽고 싶다.
축구에서 무슨 '합리성 타령'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히딩크는 지금까지 수 많은 감독들이 관행적으로 따랐던 한국 축구계의 잘못된 구조를 과감히 깨트리고 그 자리에 세계적인 축구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표팀 선수의 발탁은 대표적인 케이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Y대,K대, B고 등 특정 학교를 나와야만 축구국가대표팀이 발탁될 수 있는 '학연주의'가 판쳐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히딩크는 언론과 축구협회 등 외부에서 만들어낸 모든 허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오직 '실력'과 '가능성'만을 기준으로 선수를 키워냈다. 김남일, 송종국 등 막강 미드필더진은 순전히 히딩크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히딩크는 선후배간 서열에 따라 선배에게 더 많이 패스하고 기회를 많이 주는 등 잘못된 경기방식에도 합리주의를 도입해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국가대표 이천수 선수는 "히딩크 감독님은 식사시간에도 선후배가 반드시 같이 앉아서 서로간의 벽을 허물도록 했다"며 "어렵게만 느껴지던 선배와 가까이 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고 결국 실전에서도 조직력이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과 정부 등에서는 이 기세로 한국 경제가 '8강'에 가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히딩크는 우리 국민 모두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스승이 아닐까. 낙하산식 인사, 독단적인 의사결정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박혀 있는 '비합리성의 그늘'을 제거하지 못하는 한 우리나라의 업그레이드는 헛된 구호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전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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