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임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자세가 사뭇 달라졌다.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 모인 28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노 대통령의 입을주시했다.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 각 분야의 굵직한 현안에 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노 대통령의 지난 두 차례의 연두회견에서는 한해의 국정운영 방향이 부각되기 보다는 오히려 그 시기의 `핫 이슈'에 대한 노 대통령의 언급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노 대통령 역시 이를 피하지 않았었다. 각각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는 `자상한 해설자'의 모습이었다.
가령 재신임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한창이던 지난 2004년 1월14일 개최된 연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하기 어렵다"며 논란의 한 가닥을 잡아나가기도 했다.
또한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 파문의 여진이 남아있던 지난 2005년 1월13일 연두회견에서는 향후 인사검증 제도개선 등과 관련해 소신을 밝힘으로써 `뉴스'를 생산했었다.
하지만 증세 논란, 탈당 및 민주당 통합, 북한 위폐문제, 검.경 수사권 조정 등민감한 현안이 적지 않았던 이날 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소위 `기사거리'를 제공하지않았다.
노 대통령은 증세 논란에 대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앞서 준비된 모두연설을 통해 입장을 밝힘으로써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라 `심사숙고해 정리한 입장'이라는 인상을 심었다.
또한 탈당에 대해서는 과거 탈당발언 논란을 거론하며 "과거형으로 얘기한 것"이라며 `해명'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민주당 통합에 대해서는 "지방정치에도 경쟁이있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나아가 현재 권력기관간 충돌 양상을 빚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제가 지금 결론을 내릴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북미간 첨예한 갈등 현안이 위폐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관여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각각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돌출발언, 현장 즉흥발언으로 비쳐지는 발언을 최대한 가다듬어 답변하는 것 같다"며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 지엽적인 문제로 혼란을 야기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가급적 피해가면서 중심적 요지, 본질을 언론이나 국민들이 접근해갈 수 있도록 한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은 연두회견을 신년연설과 신년회견으로 분리할 때부터 예고된 것이다.
양극화 문제를 비롯해 노 대통령이 `대통령 어젠다'로 삼고 있는 과제에 대한고민과 함께 향후 국정운영 구상을 전달하기 위해 이번 연설 및 회견의 형식과 내용이 `조정'된 셈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했지만,이번 회견을 놓고 정작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는 속시원하게 들려주지 못했다는 총평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