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세칭 명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이모(26)씨.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며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통해 맛본 직업세계는 호되기만 했다. 맘에 드는 회사에 다니지 못할 바에 차라리 기술을 하나라도 더 익히자는 생각에 그는 올 1월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1년제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원서를 내 합격했다. 이씨는 “친구의 권유도 있었지만 막상 기계를 배울수록 흥미가 생겨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중견 무역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던 김모(35)씨. 역시 명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항상 머리 속을 맴돌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욕심을 이기지 못해 사표를 내고 올해 초 폴리텍대학 자동차과를 선택했다. 그는 “기술을 배우고 외국어 능력을 키워서 독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 간판보다는 기술을 익혀 취업문을 뚫어보려는 고학력자들이 기능전문대학으로 재입학하는 U(유)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옛 기능대학)은 9일 올해 초 1년 직업훈련과정에 입학한 6,267명을 분석한 결과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40%(2,521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고학력 입학생 비율은 지난해 35%(2,083명)에 비해 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4년제 대학을 졸업하거나 다니다가 재입학한 학생은 올해 1,280명(20%)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입학생 가운데 32%(2,005명)는 직장 경험이 있고 그 중에 60%가 1∼2년 정도 사회 경험자들이다. 2년제 기술대학인 서울호서전문대를 비롯한 전문학교(전국 62개교)에도 ‘취업 성공’의 실리를 추구하는 고학력자 입학이 증가추세다.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전문학교의 경우 고학력자 비율이 최고 40%선까지 이르고 있다. 폴리텍대학의 한 관계자는 “직장생활을 해본 입학생이 많아지는 건 취업난 탓에 ‘직장부터 잡고 보자’는 마음에 적성과 급여를 고려하지 않고 취업했다 실망하고 퇴직한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좀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기 위해 기술교육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