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민간소비 제약우려" 잇단 경고음

민간硏 "이자부담 늘어 중하위층 타격 불가피"<br>한은선 "가계부채 건전성 강화·큰 문제 안돼"<br>"실질 구매력 뒷받침 안될땐 소비회복 불투명"


가계부채의 적정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 빚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2005년 9월말 가계신용 잔액기준)을 돌파하면서 가계 부채가 소비를 제약할 것이라는 민간 연구기관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 콜금리까지 인상하자 겨우 회복조짐을 보이는 민간소비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가계부채도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가계 이자부담 증가’를 의미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분석들을 토대로 가계부채가 민간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단해본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한ㆍ일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여름.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에 맞물려 신용카드회사의 무분별한 카드발급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은 물론 죽은 사람들까지도 손쉽게 카드를 발급 받을 정도였다. ‘묻지마’ 카드발급과 금융기관의 마구잡이식 대출로 인해 2002년 한해동안 가계부채는 무려 106조원이나 늘어났으며 민간소비도 7.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월드컵의 뜨거웠던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 연말 가구당 빚은 2,900만원으로 치솟았고 신용불량자는 300만명에 달했다. 그 결과 지난 2003년 2분기부터 2004년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우리 경제는 민간소비가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다. 유래 없이 기나긴 내수 침체는 지난해 4분기 들어서야 마침내 일단락 됐다. 민간소비증가율은 플러스로 돌아섰고, 증가율 수치도 4%대에 다가서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4.5% 안팎에 이르며 내수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과연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며 가계 발(發) 부채 버블이 없을까. 꽤 많은 민간 연구소들은 이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시중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시중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올해 가계는 이자지급과 만기연장 등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근거에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부채 조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소득층보다 소득 중하위계층의 이자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는 생산가능 인구의 8.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중금리가 꾸준히 상승할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과 부채가 많은 자영업자 등 사업자 가구의 대출이 부실화 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구매력이 수반되지 않고 가계부채가 확대돼 소비회복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은 집행부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리를 올리지 않았을 때 보다 영향은 있겠지만 그 정도는 미약할 것”이라며 “가계의 부채부담이 줄어들어 이제는 정상적인 차입으로 소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돈을 빌려 소비할 데도 빌려줄 곳도 없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소비가 감소하는 기현상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은행 가계대출과 신용카드사 연체율이 2001~2002년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 월평균 연체율은 1.7%로 2004년(2.2%)보다 0.5%포인트 떨어지며 지난 2002년(1.7%) 수준으로 복귀했다. 신용카드 연체율 역시 지난해 11월말 현재 은행계 카드사가 2.9%, 전업계 카드사가 6.9%로 2004년말보다 각각 1.2%포인트, 2.1%포인트 낮아졌다. 가계 부채의 질적인 수준이 좋아진데다 실질소득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여 현재 부채를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채의 건전성에 있어서 선진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도 주요 이유 중에 하나다. 선진 9개국과 비교한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높지만 총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비슷하다는 것. 이밖에 가계부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기간이 점차 장기화되고 있어 현 소득수준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은의 주장처럼 가계 부채구조조정이 끝나 민간소비에 별 영향력을 미치지 않더라도 그 속도는 완만할 수 밖에 없다. 갈수록 분배구조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노후대비 저축증가율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 저축에 의존하던 소비패턴이 최근에는 부채를 통해 형성되고 있어 주가와 금리 등 거시변수에 따라 민감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호주 등 선진국 중앙 은행들이 부동산 등 자산버블에 대해 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의 부채수준이 성장률을 깎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더 늘어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외소비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 회복이 국내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격히 좋아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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