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섹터ETF 상장과 증권시장

최근 우리 증권시장은 고유가와 환율, 그리고 국제적인 인플레 우려 속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간접투자를 중심으로 한 수요 기반이 확충되고 있어 경제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증권시장의 장기적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증권시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공시ㆍ회계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주주 중시 경영과 기업 투명성을 강화해왔다. 또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와 자산운용산업의 육성 등을 통한 장기 안정적인 수요 기반 확충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시장 인프라를 정비해왔다. 그 결과 간접투자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 금융투자상품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펀드를 중심으로 한 간접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간접투자 확산을 위해 증권산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왔으며 이러한 결과 이달 27일께 자동차ㆍ반도체ㆍ건강ㆍ은행ㆍ정보통신 분야별 섹터지수와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KRX100, 코스피200, 스타지수 등 시장 전체를 추적하는 대표지수에 연동된 ETF가 주류였다. 그러나 섹터ETF의 상장으로 시장 전체보다는 특정 업종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해당 업종의 전망만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한편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은 기존의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시장 변화가 예상돼도 거래 비용 때문에 포트폴리오 변경이 어려웠다. 그러나 섹터ETF가 상장되면 기존의 포트폴리오와 적절한 결합을 통해서 포트폴리오의 변경이 가능하고 거래 비용도 크게 절감돼 손쉽게 시장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연기금ㆍ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에 비로소 ETF가 투자전략의 수단으로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섹터ETF의 상장은 한국 ETF시장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ETF는 복잡한 파생금융상품과 달리 일반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단일 상품 거래만으로도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어 21세기 최고의 금융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ETF시장이 발달한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93년 처음 출시됐을 당시 순자산 규모는 1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05년 말 현재 3,420억달러로 급성장했다. ETF시장의 성장은 미국에만 머물지 않고 전세계로 확산돼 유럽의 경우 2000년 7억달러 규모에 불과하던 시장이 2005년 말 현재는 80배 가까이 성장하며 시장 규모가 55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주요 자산운용회사들은 일찍부터 주식시장의 수익과 성과를 반영하는 데에 적합한 상품인 ETF의 성장가능성을 주목하고 주식형펀드 대신에 ETF 관련 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 주식형펀드가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 내 주식종목과 비중을 바꿔가며 수익을 얻는 데 반해 ETF는 벤치마크 대상인 지수의 구성 종목과 비중을 그대로 반영하는 인덱스펀드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종목 및 비중을 변경할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므로 투자가 쉽다. 또한 지수를 그대로 복제하므로 구성 자산의 내역이 유리알처럼 투명해 다른 자산과 결합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도 있고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이 되기도 한다. ETF는 이런 상품의 응용가능성과 우수한 특성 외에 증권시장을 건전하고 튼튼하게 하는 데 큰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처럼 간접투자문화가 아직 성숙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처럼 거래하는 ETF는 분산투자의 이점을 제공하면서도 직접투자의 욕구도 충족시키므로 간접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ETF의 구성 주식들은 펀드로 편입되므로 해당 주식들은 거래로 인한 가격 변동성이 낮아지며 특히 중소형 종목이 ETF에 편입돼 있으면 해당 종목의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확보된다. 더구나 ETF는 선물처럼 현물시장과 차익거래를 통해 균형가격으로 즉각적으로 회복되므로 특히 지수선물이 없는 업종시장에서 가격 발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래소는 분산투자 효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증권시장의 체질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는 ETF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해외증권에 대한 투자자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해외 ETF의 국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투자자 교육ㆍ홍보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ETF가 상장될 수 있도록 업계와 긴밀한 협력 아래 지수 개발에도 진력하고 있다. 투자자의 욕구 충족을 위한 투자상품의 진화와 함께 증권시장은 성장한다. 거래소는 앞으로도 ETF를 비롯해 투자자의 건전한 자산운용을 위한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변화를 추구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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