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행정편의 보건행정 국민건강 '발목'

WHO '루비니백신 금지' 권고 한달넘도록 몰라보건당국의 무사안일 행정편의주의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WHO(국제보건기구)는 지난해 11월9일 정책지침서(Weekly Epidemiological Recordㆍ제45호)와 자체 운영하는 인터넷을 통해 "루비니 백신(볼거리ㆍ홍역ㆍ풍진혼합)은 볼거리 면역형성률이 낮기 때문에 더 이상 국가차원의 예방접종 사업에 사용하지 말 것과, 백신접종을 받았다면 재접종 할 것"을 각국 보건당국에 강력히 권고했다. WHO는 "스위스에서 3년간 실시한 연구결과 루비니 균주의 볼거리 면역형성률은 6.3%에 불과했다"면서 "이 수치는 우라베 균주(73.1%)나 제릴-린 균주(61.6%)와 대조를 이루기 때문에 루비니 백신으로 접종을 받았다면 다른 제품으로 재접종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보건당국은 WHO가 권고한지 한 달이 넘도록 발표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확인작업에 들어가는 촌극을 빚었으나 지금까지 '행정절차'를 밟는다는 이유로 문제의 의약품을 아무런 제재 없이 유통시키고 있다. 문제의 의약품은 지난해에만 11월말 기준 국내에서 65만병(바이엘)이 판매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국의 늑장행정으로 WHO의 접종금지 및 재접종 권고 이후에도 수만 명이 효과 없는 불량백신을 접종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보건당국은 WHO로부터 "정책지침서의 내용은 사실"이라는 것을 올 1월 다시 확인한 후에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대국민 홍보조차 전혀 하지않고 있어 국민건강보다 특정 업체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국제보건기구 권고대로라면 관련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제외시키고, 이 의약품으로 접종 받은 수 십만 명에 대해 재접종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최소한의 상식. 그러나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중앙약심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루비니 백신은 85년 스위스 세름 & 백신 베르나사(Swiss Serum And Vaccine Institute Berne)가 개발한 제품으로 J사가 99년이래 167만 바이엘(병)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의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신속한 조치도 중요하지만 업체간 민감한 사안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 특정업체를 비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약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루비니 백신의 효능을 연구한 해외논문 18편을 현재 분석 중"이라면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WHO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 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WHO가 권고한지 3개월이 가깝도록 행정절차만 밟고 있다는 것은 복지부동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과 함께, 늑장행정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상영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