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심에 다방이 사라진다

원두커피 인기…패스트푸드·패밀리레스토랑에 밀려도심에서 다방이 사라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의 확산과 함께 패밀리레스토랑ㆍ 패스트푸드점들에게 밀린 다방들이 점차 도심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원두를 갈아 걸러먹는 '드립(Drip) 커피 전문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샤카ㆍ자뎅ㆍ자바ㆍ 도토루 등 초기 프랜차이즈 형태의 드립 커피 전문점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기 시작한 다방들은 99년 대상 계열사 로즈버드의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으로 기업형 커피체인이 생겨나며 사업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한국에 상륙한 미국계 스타벅스ㆍ토종 브랜드인 이디야에스프레소 등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출점은 근근히 버티던 다방들에게 결정타를 가했다. 패스트푸드와 패밀리레스토랑 마저 식사와 후식을 한 곳에서 해결하는 외식문화로 다방 손님 이탈에 한 몫을 거들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영업중인 패밀리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은 대략 1,500곳 정도. 이 같은 영향으로 99년 서울에만 4,800곳에 이르던 다방의 숫자는 2002년에는 2,813곳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다방들도 대부분은 영등포ㆍ금천ㆍ은평ㆍ노원구등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사무실과 관공서가 몰려있는 종로구 관내의 경우 10월 현재 영업중인 커피 판매업소 355곳중 테이크아웃 등 프랜차이즈 형태는 줄잡아 70여 곳으로 전체의 20%선. 나머지 280곳중 절반 가량도 프랜차이즈 업체와 제휴 등을 통해 원두커피를 판매하고 있어 순수한(?) '다방커피'를 판매하는 다방은 100여 곳을 약간 웃돌고 있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업소는 대부분 광화문ㆍ종로를 중심으로 한 도심에 몰려있는 반면 전통 다방들은 도심외곽으로 밀려나 있는데다, 그나마 건물 지하나 골목 안에 자리잡고 있어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종로에서 1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조동준(70)씨는 "근래 들어 다방들의 업종전환이 잇따르고 있지만 새로 생겨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기존 다방들은 종업원의 인건비가 적잖이 드는데 비해 테이크아웃 커피점들은 차를 나르는 종업원이 적어 장사가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테이크아웃 점포 등을 포함한 서울의 커피 전문점의 수는 99년 1,762곳에서 2002년 2,917곳으로 70% 이상 늘어나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지방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의 경우 99년 1,813곳에 이르던 다방이 2001년에는 1,391곳으로 줄었지만 커피전문점은 900곳에서 1,218곳으로 30% 이상 늘어났다. 이밖에 대구ㆍ 대전ㆍ 광주 등지에서도 재래식 다방들은 20% 이상 격감하는 등 쇠퇴의 기미가 뚜렷하다. 이와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의 관계자는 "지난 봄부터 다방을 경영하고 있는 업주들로부터 가맹점 문의와 함께 원두커피 추출 기계나 원두만을 공급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며 "개인이 경영하는 다방들이 기업형 전문점에 밀려 문을 닫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수년 내에 다방들은 대도시에서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우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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