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총리서리제' 재고해야

일단의 정치인들이 만든 저울이 있다. 그들은 저울의 한쪽 접시에 '국정공백'을, 다른 한쪽에는 '인사청문회'을 조심스럽게 얹어놓았다. 그리고는 국민들에게 묻는다. '어느 게 중요한가.' ^저울은 장대환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준이 부결된 데서 보듯 인사청문회 쪽으로 기울었다. 그럼 이번 결과가 말하는 민의는 국정공백이 인사청문회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일까. 곰곰이 따져보자. ^먼저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다. 일국의 총리 자리에 오를 인물이라면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확고부동한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공백은 어디서 나온 걸까. 이런 원칙의 산물이다. 총리 인준이 부결돼 국정공백이 생겼다는 말은 원칙대로 검증해서 나온 결과적 상황이다. 그럼 국정공백 때문에 총리인준이 돼야 한다는 논리는 무엇일까. 이런 주장에는 '상황논리로 원칙을 뭉개도 된다'는 궤변의 단서가 보인다. 저울의 비교대상이 잘못된 것이다. 원칙과 그것의 산물을 저울에 동시에 올릴 수는 없다. 왜 뜬금없이 저울 타령일까. 일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이상한 논리가 자꾸 신경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궤변은 국정공백의 원인제공자로 인사청문회를 지목하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그리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온갖 치장을 걷어내면 그게 그 말이다. 다시 저울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한쪽 접시에 '총리서리제'를, 다른 한쪽에는 '총리 권한대행'을 얹어놓자. 양쪽 공히 '제도'일 뿐이다. 이제 인사청문회라는 원칙도 살리고 국정공백이라는 상황도 상대적으로 더 잘 제어할 수 있는 쪽에 힘을 실어주면 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위헌 소지에다 업무 외적인 상황에 휘둘리게 만들 공산이 큰 서리제를 고집하면서 국정을 우려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30일 총리실 S국장과의 통화. "우리도 죄인 아닙니까. 할말 없습니다."누가 이런 사태를 불렀나. 총리가 없는 총리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숱한 공직자들에게 더한 비애를 안기지 말아야 한다. 저울은 권한대행으로 기울고 있다. 이상훈<정치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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