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그가 빌린 변동금리 조건의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고정금리 조건 대출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K씨는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의 32평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매입하면서 A은행에서 변동금리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A은행은 당시 급여이체와 관리비 이체, 인터넷뱅킹, 모바일칩 사용, 신용카드 체크카드까지 가입하면서 0.7%포인트를 할인해주는 유리한 조건으로 5.25%를 제시했다. 그러나 변동금리 조건부 대출은 마약이었다. 그 후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섯 차례나 콜금리를 인상하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오르는 바람에 1년 사이 대출금리가 0.69%포인트나 상승해 지난 10일 기준으로 5.94%의 금리가 적용됐다. 대출 초기 매달 65만6,250원이던 이자가 이달에는 74만2,500원으로 올랐다. 그 사이 이자 부담이 8만6,250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고정금리를 물리는 주택금융공사의 금리는 K씨와 같은 조건에서 10일 현재 5.8%. 그가 집을 살 무렵이었던 지난해 여름에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1%포인트가량 차이를 보여 변동금리 조건이 유리했지만, 이제는 고정금리 조건 대출이 좋아진 것이다. 아울러 금통위가 10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앞으로 CD 금리도 인상될 전망이어서, K씨의 이자는 더욱 불어날 형편이다. K씨는 “한국은행이 연내에는 금리인상을 중단하겠다고 시사했지만 이달 말 더 오른 이자를 내야 하고 앞으로도 더 오를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K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들은 이미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대출을 변경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고정금리 조건의 모기지론이 6월 이후 특단의 금리인하 조치와 더불어 급증세로 돌아선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7월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공급액은 1,278억원으로 올 들어 월별 최고액을 넘었다. 주택금융공사의 한 관계자는 “일별 집계를 하지 않고 있지만 8월 판매실적은 7월보다 더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현상이다. A은행의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85~5.95% 수준이었다. 같은 시점의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대출은 고정금리 6.25%로 변동금리보다 0.3~1.4%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10일 기준으로 금리를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A은행의 변동금리조건부 대출금리는 5.34~6.64%로 올라갔다. 고정금리 대출은 이자선납과 근저당설정비 본인 부담 옵션을 감안할 경우 최저 5.80%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고정금리가 A은행 최저 금리보다 0.04%포인트 더 낮아 진 것이다. 김재한 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은 “한은이 4ㆍ4분기에 한번 정도 더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며 “고유가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도 실세금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변동금리 조건의 대출이 고정금리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