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은, 연작詩로 미국 패권외교 맹비난

창비 여름호에 11편 발표시인 고은(高銀)씨가 미국의 패권주의ㆍ폭력 외교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권력 앞에 비굴했던 국내 시단의 '해바라기' 성향을 꼬집은 신작 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고씨는 '창작과비평'여름호에 발표한 시 11편 가운데 여러 작품에서 국제 사회의 부조리와 세계화의 문제점을 꼬집으면서 이런 부조리에 굴복하며 찬양하기 조차 한 우리 시사(詩史)의 치부를 드러내 비판하고 있다. 고씨는 '그'라는 시에서 2차대전 이후 끊이지 않은 미국의 국제 정치 개입 사례를 일일이 지목하면서 '그'(미국)는 새로운 음모를 꾸미기 위해 여전히 "바그다드 혹은 어디로 가고 또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인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2차대전 종전 후 중국으로 건너가 "썩은 국민당을 밀어주다"가 꼬리를 접었고 1950년 한반도를 거쳐 1953년 과테말라로 진입하는 등 "그의 공작은 해충의 근면처럼 집요했다". 또 인도네시아, 쿠바, 콩고, 라오스를 거쳐 '보나파르트 똘마니들이 떠나자' 베트남으로까지 치고 들어갔으며 캄보디아, 그라나다, 파나마로 화약냄새 나는 군화발을 옮겼다. 걸프전때는 최신 무기에 의한 폭발광경을 "환상이라고 예술이라고 떠들었다"가 급기야 2001년 9월 어느날 몇 천명의 인명을 잃고는 아프간을 없애버렸다. '신록'에서 '황홀한 신록'을 보며 역설적으로 핏빛 학살의 비극을 떠올린다. 아우슈비츠, 광주 망월동, 이스라엘에 당하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차례로 연상하며 세계의 시인들이 이스라엘군 포대 앞에서 평화를 노래하고 외쳐야 한다고 말한다. '큰 이야기'에서는 거대 담론이 해체되고 비루한 현실과 인터넷을 필두로 한 기계문명이 지배하는 요즘을 직시하면서 그러나 "아무래도 큰 이야기가 있어야겠다"며 "가장 강한 나라가 가장 약한 나라를 치는 것이 세계화 작전"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 이런 역사의 질곡과 부조리를 대면하면서 우리의 시인들은 무엇을 했는가. 친일 시인 서정주의 시에서 제목을 따온 듯한 '자화상'에서는 일제말 친일 시, 한국전쟁때 남이든 북이든 이념에 복무한 시, 베트남전 참전 미화 등 부끄러웠던 우리의 시사를 상기한다. 이제 자화상의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다시는 전쟁을 노래하지않고 다가올 전쟁을 거절하겠노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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