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분기 美경제 또 다시 둔화 조짐

이번주 뉴욕 증시도 무기력증이 지속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 8일 시스코 시스템스의 수익 호전 소식에 다우존스 지수가 300 포인트, 나스닥 지수가 100 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반짝 랠리'가 있었지만, 이틀후에 거의 다 까먹었다. 주가를 상승시킬 자신감을 잃었다는 의미다.문제는 미국 경제다. 2ㆍ4 분기 들어 미국 경제가 또다시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5.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1ㆍ4 분기에도 수익이 감소했던 기업들이 2분기에 수익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2분기에는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던 애널리스트들의 목소리도 기어들어가고 있다. 한달전에 블루칩 500개 기업(S&P 500) 수익이 2분기에 8.8% 상승할 것이라던 월가 애널리스트의 기대치는 요즘 6%대로 떨어져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의 뉴욕 증시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증거찾기(show me) 영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말도 먹혀들지 않고, 2분기에 기업 수익이 호전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말도 신뢰를 잃고 있다. 흔히 증시는 경기 변동의 6개월 전에 움직이는 선행 지수의 역할을 한다고 말하지만, 요즘 투자자들은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 수익이 늘어나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달라, 그런 연후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분위기다. 지난 2년 동안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에 먼저 투자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주 5영업일동안 이른바 다우존스 지수는 0.67%, 나스닥 지수는 0.75% 각각 하락했다. 이른바 '시스코 효과'로 인한 폭등마저도 하강 기조를 막지 못한 것이다. S&P 500 지수는 1.7% 하락했다. 세지수 모두 연초 지수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발된 시스코 효과= 지난주 뉴욕증시의 핫 이슈는 시스코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시스코는 지난 회계분기(2~4월) 수익이 주당 10센트로 월가 기대치(주당 2센트)를 크게 넘어섰고,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소폭(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호재에 굶주리던 월가 투자기관들은 시스코의 수익 호전을 증시 반전의 호재로 활용하려고 시도했다. 메릴린치를 선두로 많은 펀드들이 시스코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지만, 증시를 상승세로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애널리스트 빌 플레켄스타인는 과거 나스닥 지수의 10대 폭등을 분석하면, 모두 지난 2000년 3월 정점 이후에 이후에 있었고, 그후 주가는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시스코 효과도 하락장세의 '하루 잔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목청을 돋우며 CNNfn과 CNBC TV등 경제 채널에 등장했던 불리시 애널리스트들도 그후 이틀동안 숨을 죽이며 뒤로 물러났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사장은 지난해 9ㆍ11 테러 직후에도 '수익이 호전되고 있다'고 말해 투자자들에게 설레임만 남긴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2년전에 시가총액 5,000억 달러로 한국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을 넘었던 회사였기에 투자자들은 체임버스 사장의 립 서비스에 또한번 속았던 것이다. 통신회사인 월드컴과 코닝은 무디스에 의해 정크본드로 떨어지는등 통신주의 회복은 내년에야 가야 한다는 비관론은 조금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수익 호전에 대한 회의=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기업의 수익이 2분기에 6.8% 상승한후 3분기에 26.7%, 3분기에 39.8% 상승, 연간으로 14.6%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이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1분기 S&P 500 기업의 수익은 전년동기비 12% 하락, 15개월(5분기)째 하락, 1970년 이후 최장기 수익 악화를 기록했다. 2분기에 좋아진다고들 하는데, 블루칩 연구소 소속 51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하는 2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은 3.3%로 한달전의 3.6%보다 낮아졌다. 3%대의 성장률로 2분기 기업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연말에 가야 수익이 개선되는게 아닌가"라며 냉소적 코멘트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주가가 당분간 좋아질 여건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번주에 관심을 두어야 할 거시지표는 ▦14일 소매 판매 ▦15일 소비자물가지수 ▦16일 신규주택 건설동향 ▦17일 미시건대의 소비자 신뢰지수다. 기업 행사로는 14일 월마트와 JC 페니등 소매판매업체들의 분기 실적 공개가 있고, BMC 소프트웨어, IBM, 리먼 브러더스의 컨퍼런스 콜이 예정돼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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