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비확산체제와 북한 미사일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6자회담이 7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9ㆍ19 공동성명’ 이후 미국은 금융 제재, 인권 문제 등 전방위적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북한은 여러 차례 북ㆍ미 양자대화를 제의했으나 미국은 6자회담장 밖에서 북한을 만날 이유가 없다며 일축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움직임은 이처럼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 같은 의도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국제 비확산체제의 특성과 과거의 사례를 감안해본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미사일 비확산체제의 가장 중요한 축인 미사일통제체제(MTCR)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MTCR은 회원국이 비회원국에 미사일과 그 부품 및 기술의 ‘수출’만 금지하고 있다. 북한은 MTCR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사일을 개발ㆍ시험ㆍ배치하는 것은 물론 다른 비회원국에 미사일을 수출하는 것도 자유다. 다만 미국은 국내법을 동원해 미사일 수출ㆍ수입국에 무역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거미줄 같은 미국의 각종 제재에 손발이 묶여 있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한편 북한은 미사일을 지렛대로 미국의 상당한 양보를 얻어낼 뻔한 경험을 갖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합의로 북한 핵 문제를 일단락지은 뒤 지난 2000년 말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벌였다. 협상 말기에 미국은 미사일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과 수교까지 단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끝까지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은 가운데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의 협상이 물거품이 됐었다. 미사일만 포기하면 그토록 원하던 북미 관계 정상화를 손에 넣을 수 있었으나 북한은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처럼 북한은 미사일 비확산체제의 허점과 2000년 말까지 벌였던 미국과의 협상을 상기하면서 ‘미사일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국제 정세와 미국의 단호한 태도를 감안할 때 북한의 전술이 먹혀들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9ㆍ19 공동성명 이행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믿음을 짓밟아 결과적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