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에서 개봉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다빈치 코드’는 원작인 소설이 저작권 침해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
댄 브라운(Dan Brown)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2003년 출간된 이래 3,000만권 이상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에 앞서 출간된 ‘신의 딸(Daughter of God)’의 저자 퍼듀(Perdue)는 다빈치 코드가 자신의 소설을 표절했다며 뉴욕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퍼듀는 1ㆍ2심에서 모두 패했다. 재판부는 두 작품에 유사점은 인정되지만 이는 종교적 주제를 가진 작품들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므로 저작권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필수장면(scènes à faire)’에 해당돼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필수장면이란 소설이나 희곡 등에 있어서 그 작품속에서 전형적으로 예상되는 사건들 또는 등장인물의 성격 등과 같은 요소를 말하는데, 이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미국의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만든 모험영화 ‘레이더스-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에 관한 저작권침해소송 사건(Zambito v. Paramount Pictures Corp.)에서 1985년 뉴욕 제2항소법원은 뱀이 우글거리는 동굴 안에 보물상자가 숨겨진 장면, 그 뱀을 쫓기 위해 주인공이 횃불을 휘두르는 장면 등은 비슷한 소재의 영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에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러한 필수장면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1993년 출간한 ‘톈산산맥’은 ‘백명회’라는 주인공이 일제시대 연해주로 탈주한 이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삶을 그린 소설이다. ‘까레이스키’는 1994년 12월~1995년 3월 방송된 드라마로 러시아에 이주한 한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에 톈산산맥의 작가는 ‘까레이스키’가 자신의 소설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양 저작물에서 여자 주인공의 직업과 러시아 의사와의 관계 설정, 1937년 강제이주의 상황묘사 등이 유사하나 ‘공통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데서 오는 자연적 귀결’에 불과해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법무법인 바른(Kim, Chang &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