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중국의 물권법 개정

<파이낸셜타임스 3월 12일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금까지 지도부 결정을 그대로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만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전인대에서 사유재산권을 강화한 물권법은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물권법 개정 자체가 단기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앞으로 현대 중국사회가 직면할 수 있는 복잡하고 수많은 대립과 모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권법 개정은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토지를 강탈하는 파렴치한 지방 공무원들에 대해 대중적인 저항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패한 공무원들에 대한 대중들의 절규는 공산당의 권력 독점을 약화시키고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보면 이 법은 중국 사회가 급변하면서 뒤따르는 변화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토지는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로 돼 있지만 민간에 대한 임대권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됐고 도시의 중산층들도 부를 쌓아갔다. 물권법이 중국에서는 흔치 않게 대중과의 협의 과정을 거친 후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부유해진 중국 중산층을 크게 의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이 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중국의 정책집행 과정은 중앙에서 저 끝 시골까지 일사불란하게 전해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중국의 통치체제는 중앙과 고집 센 지방정부간 줄다리기의 연속이다. 더구나 중국은 여전히 효율적인 법집행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헌법상 사법부는 독립성이 결여돼 있고 지방정부와 공산당 간부에게 관행적으로 종속돼 있다. 이러한 시스템 미비는 사유재산 소유자들을 종종 곤경에 처하게 한다. 더 큰 문제는 당의 소유구조 자체가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그 모순을 노련하게 조절해왔다. 그러나 재산소유가 증가함에 따라 성장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도 커져갔고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도 높아져갔다. 이것이 중앙정부와 공산당으로 하여금 물권법을 제대로 집행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