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천우정밀/「빚보증 횡액」 정면 돌파로 극복(중기 홀로서기)

◎친구 금융사고 연루 공장·집까지 가압류/평소 신용바탕 지점장과 담판 위기 넘겨/“어려운 때일수록 과감하게” 귀중한 교훈흔히들 「보증은 형제지간에도 서주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주위에서 섣불리 보증을 섰다가 패가망신하는 사례를 보기 때문이다. 기업체를 경영하는 사람들에겐 빚보증이 뜨거운 감자로 인식되고 있다. 사업가 자신들은 언젠가는 누군가에 지급보증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고 또 신세를 갚아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공단에서 플라스틱 사출업체를 운영하는 천우정밀의 김영회사장(42)은 이러한 불문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낭패를 본 경험을 갖고 있다. 김사장은 지난해 사업가인 친구 두명이 은행으로부터 2억원을 넘는 자금을 빌려쓰는 과정에서 연대보증을 섰던 적이 있었다. 평소 절친한 관계인데다 몇번 자금을 융통해 쓴 적이 있던 터라 거액이지만 별 생각없이 할인어음 보증을 서주었던 것이다. 그러던중 지난 6월 해당은행으로부터 보증을 서주었던 친구가 어음을 할인해 썼지만 대금을 환매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고금액은 모두 2억4천만원. 바로 황색규제가 들어왔다. 평소 금융사고를 남의 일로만 치부했던 김사장에겐 뜻밖의 충격이었다. 김사장은 그렇지않아도 지금의 구로공단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적잖은 자금을 투입했던 터라 곤경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장 회사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김사장은 일단 사고금액만 막으면 될줄 알고 사방으로 자금을 구하러 돌아다녔다. 그러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불량 규제를 당하면서 김사장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벌써 집과 공장은 물론 주위 친척의 재산까지 가압류에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금융관행을 제대로 몰라 발생한 일이었지만 눈앞이 깜깜해졌다. 신용보증기금 구로공단지점(지점장 김학수)의 서정훈 과장은 김사장에게 회생방안과 그 절차를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김사장과 함께 은행권을 돌아다니면서 천우정밀을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나섰다. 김사장은 은행에 가서 지점장을 직접 만나 공장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수주물량도 꾸준히 늘어난다면서 불량규제가 회사의 경영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차례 설명했다. 금융기관들도 평소 김사장의 경영자세나 회사내용, 보증능력을 알고있던 터라 결국 추가 대출을 해주었고 신용보증기금도 갱신보증을 서주었다. 나머지 부족한 자금은 주위사람들로부터 융통하여 연체금을 정리할 수 있었다. 평소 인간적인 관계에 치중해온 덕택인지 거래처에서는 물량을 더 갖다줄만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전혀 동요없이 휴일을 반납하고 자리를 지켜준 직원들도 큰 도움이 되었다. 공기관에서 근무하다 사업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89년말 창업한 김사장은 『그때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더라면 큰일 날뻔 했다』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회사에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주변관계자와의 허심탄회한 상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라는 것이다. 김사장은 요즘 사무실 벽에 「유지사경성(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이라고 쓰여진 큼직한 액자를 걸어 놓았다. 김사장은 이제 비로서 기업 경영에 대한 안목이 조금이나마 생겼다. 비록 너무 값비싼 댓가를 치르긴 했지만. 천우정밀은 벌써 내년치 물량을 확보해놓고 금형 제작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부터 완제품도 직접 취급하겠다는 야심도 키우고 있다. 김사장은 오늘도 세상은 아름답고 봄은 반드시 오게 마련이라는 말을 되뇌이면서 자신의 손때 묻은 기계를 열심히 닦고 있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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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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