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13일] 삼청교육대

어느날 집에서 잠을 자다가 혹은 밤에 술 취해 걸어가다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한다면 그 공포와 불안감 그리고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불과 20여년 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공공연히 자행됐다. 1980년 10월13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악 사범 4만7,000여명을 검거해 군부대 순화교육(삼청교육)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른바 삼청교육대이다. 명분은 폭력범과 사회문란사범 소탕이었지만 강제연행에서 장기구금 그리고 가혹행위까지 사실상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인권유린이었다. 군사반란으로 집권한 신군부의 삼청교육대는 5ㆍ16군사정부의 국토건설단을 모방한 것이었다. 새로운 사회질서를 구현한다며 깡패나 범법자들을 모두 잡아다 군부대에 집어넣고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신군부는 1981년 1월까지 불과 몇 달 만에 무려 6만755명을 체포한 후 보안사령부ㆍ중앙정보부ㆍ헌병대ㆍ검찰ㆍ경찰서ㆍ지역정화위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이들을 ABCD 4등급으로 분류했다. A급 3,252명은 군법회의에 회부됐고 BㆍC급 3만9,786명은 4주 교육 후 6개월 복역한 다음 다시 2주 교육을 받고 풀려났다. D급 1만7,717명은 경찰에서 훈계 방면됐다. 25개 군부대에 수용돼 이른바 죽음의 순화교육에 들어간 이들에게는 야만적인 폭력이 가해졌다. 삼청교육대 생활은 폭력으로 시작해 폭력으로 끝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국방부 공식 발표에 의하면 불법 체포와 구금, 강제노역과 구타ㆍ살인 등 극심한 인권침해를 겪은 이들은 부대에서 훈련 도중 52명이 사망하고 후유증으로 39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정신장애 등의 피해를 겪은 상해자도 2,678명에 이르렀다. /박민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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