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로 고발하는 세상의 부조리

호텔 르완다 평범한 가장이면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폴 역의 돈 치들(왼쪽에서 두번째)의 연기가 압권이다.

불편한 진실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은 정치를 떠나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어의 이야기를 다뤘다.

‘슬프지만 진실’이란 어느 노래의 제목처럼 세상에는 인정하기 싫지만 분명 실제하는 비극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을 모른 체 한다. 존재를 아는 순간 그 비극이 마치 자신의 책임처럼 양심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쉰들러 리스트’ 같이 실제했던 비극을 담은 영화들을 보는 기분은 편치 않다.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되기도 한다. 불과 10년전과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극을 담은 영화 두편이 나란히 공개됐다. ‘호텔 르완다’와 ‘불편한 진실’이 그것. 한편은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있었던 학살사건을 다룬 극영화, 또 한편은 지구온난화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다. 두편 모두 관객을 불편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또한 관객의 양심을 깨어있게 하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영화들이다. 호텔 르완다
르완다 100만명 학살 사태 배경…1,268명 목숨구한 소시민 이야기
1916년부터 계속된 벨기에 식민정부의 종족 차별 정책으로 후투, 투치 두 종족간 갈등이 심화된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르완다. 식민지배로부터 촉발된 두 부족의 오랜 반목은 1990년 시작된 내전으로 인해 표면화된다. 그리고 1994년. 후투족 출신의 대통령 주베날 하비야리마나의 암살 사건으로 인해 시작된 대대적인 학살로 인해 100일 동안 100만 명의 투치족이 살해된다. 불과 3개월 조금 넘는 기간 만에 르완다 인구의 8분의 1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호텔 르완다’는 이 같은 르완다 사태를 배경으로 100일간의 학살동안 1,268명의 목숨을 구한 소시민 영웅 폴 루세사바기나(돈 치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가난한 빈국 르완다의 외국계 호텔 지배인 폴. 나름대로 부유하고 이웃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결코 영웅은 아니었다. 후투족 민병대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웃을 보며 “그래도 가족은 아니잖아”라고 자위할 정도로 그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점점 계속되는 두 부족의 반목과 그 속에서 계속되는 살육을 보며 그는 점점 변해간다. 마침내 폴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호텔로 숨어든 사람들의 리더가 돼 죽음과 맞서 싸우기에 이른다. 이성을 잃은 학살과 맞서는 그들의 싸움은 처절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처절한 것은 세계의 무관심과의 싸움. 호텔 난민들은 전세계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 어떤 구원의 손길도 도착하지 않는다. 어떤 이권도 존재하지 않는 아프리카의 빈국 르완다에 대해 전세계는 침묵할 뿐이다. 영화는 식민지배로 촉발된 두 부족의 반목이 빚어낸 참사와 이를 무시하는 서구세계를 나란히 묘사하며 그 비극성을 배가시킨다. 폴 역을 연기한 돈 치들의 연기는 압권이다. 소심한 가장이면서 동시에 담대한 영웅이기도 한 폴의 양면성은 온화하면서도 단단한 이미지의 돈 치들이기에 가능했다. 폴의 투치족 아내 타티아나를 연기한 소피 오코네도와 양심적인 UN군 대령 올리버 역의 닉 놀테, 세계의 무관심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저널리스트 잭 역의 호아킨 피닉스 등 조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불편한 진실
지구 온난화 저지에 나선 앨 고어의 환경운동 다큐物
지난 2일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단체는 우울한 보고서 하나를 내놨다. 전세계 권위 있는 기상학자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온실가스를 규제하기 위한 긴급한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하루 평균기온이 3℃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보고서는 온난화로 인해 극지의 얼음이 계속 녹고 있기 때문에 해수면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그 결과로 더 강력한 태풍과 해안저지대 침수, 극지 빙산 감소 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보고서는 올해 태풍 ‘에위니아’로 수해를 겪은 우리로서도 섬뜩한 내용. 어쩌면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무서운 재앙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불편한 진실’은 이런 지구 온난화문제에 정면도전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 그는 앨 고어다. 우리에겐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 부시 현 미국 대통령에게 대법원 판결 끝에 아쉽게 대통령직을 내준 사람으로만 알려진 그는 이후 정치인생을 접고 환경운동에 투신했다. 영화는 환경운동가 변신 이후 1,000여회 이상 계속돼온 앨 고어의 슬라이드 강연을 화면에 담았다. 고어의 강연에서 제시되는 자료들은 그야말로 방대하다. 온갖 기상자료부터 사회경제적 지표가 알기 쉬운 그림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제시된다. 그의 설명만 따라가도 웬만한 환경 강의 한편을 들은 것에 모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그의 경고보다 더욱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환경문제에 대한 ‘전직 정치가’로서의 자기반성.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그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환경에 대한 편견과 음모에 대해서 담담하게 토로한다. 경제와 환경은 양립할 수 없다는 통념, 지구온난화는 기우일 뿐이라는 일부 편견을 조장하는 기업과 정치계의 현실이 그것. “정당이 어디든지 정치인들은 환경문제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문제가 표면화될 경우 그에 대한 개선의 책임 또한 따르기 때문”이라는 그의 고백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또한 이런 그의 지적은 우리 현실과도 그리 다르지 않기에 더욱 설득력있게 느껴진다. 자칫 한 사람의 영웅 만들기로 흐를 수 있었던 영화는 이런 그의 자아비판덕분에 생명력을 얻는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에게 공개되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었던 ‘불편한 진실’은 지난 7월 미국 전역에서 개봉해 역대 미국 개봉 다큐멘터리 가운데서 흥행 3위를 기록하기도 한 작품. 우리나라에서는 9월 14일 공개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