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대출을 자제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2년 만에, 가계 대출은 11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예금에서 이탈한 자금이 여전히 주식형펀드로 몰리는 반면 은행의 단기상품 주매수처인 채권형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는 큰 폭으로 감소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증가세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391조136억원으로 전보다 4조4,424억원 감소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들이 자산확대 경쟁을 자제한데다 연말을 맞아 대출채권을 상각ㆍ매각하며 4조여원 줄어들었다. 중기 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5년 12월(-1조6,854억원) 이후 처음이다. 중기 대출은 지난해 9월 7조7,908억원, 10월 8조2,499억원, 11월 8조6,195억원 등으로 줄기차게 큰 폭의 증가세를 보여왔다. 대기업 대출도 기업의 연말 부채비율관리의 영향으로 전달 1조5,557억원 증가에서 4,045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가계 대출도 그동안의 증가세에서 벗어나 지난해 12월 -2,882억원으로 소폭 반전됐다. 연말 상여금 지급, 부실채권 상각 등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감소한 게 주요인이었다. 이 같은 은행권의 대출 감소세는 자금이탈 지속으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은행 수신은 전월보다 5조4,118억원 줄었다. 일부 은행이 특판을 취급하며 11월 4조9,629억원 급증했던 정기예금의 경우 12월 들어 4,302억원이 빠졌고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시장성 수신도 7조6,646억원이나 급감했다. 특히 자산운용사의 수신부진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CD 발행도 307억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은행권 예금에서 이탈한 자금은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주식형펀드는 9조7,996억원 급증해 10월(10조5,914억), 11월(11조9,998억)에 이어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채권형펀드는 2조9,526억원 감소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추세를 보였다. 이는 2006년 1월(-3조1,000억) 이후 가장 큰 감소액이다. MMF 역시 5조8,655억원 급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출 감소세를 유동성 안정세와 결부시키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중기 및 가계 대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는 연말 부채비율 조정에 나선 계절적 요인이 크다”며 “유동성 과잉 상태가 본격적으로 꺾였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해 12월 중 광의통화(M2) 증가율을 전월(11.3%)과 엇비슷한 11% 내외로 추정했고 금융기관유동성(Lf) 증가율도 전월(10.4%)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11월 말 광의유동성(L) 잔액은 2,038조6,000억원으로 10월 말보다 21조7,000억원 증가해 8월부터 지속돼온 월 20조원대의 증가세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