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진흥(주)(대표 김태무)는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회사경영 전반에 걸쳐 호조를 보이고 있다.환율급등으로 발생한 약 40억원의 외화환산 손실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가량 증가한 1,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경상이익도 지난해의 두배인 70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추진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산성이 지난해에 비해 22.9%나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전임직원들이 땀흘려 노력한 결과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도 95년 이후 정착된 새로운 노사관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한국통신진흥은 95년을 전환점으로 노사간 철저한 불신에서 「열린 마음(OPEN HEART)의 노사관계」로 전환했다.
87년 노조가 결성된 후 94년까지는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었다. 대다수 관리자는 노조를 무시하는 등 권위주의적이고 반노동조합적인 관행에 젖어 있었고 노조는 이에 대한 반발로 관리자의 책상을 들어내는 상황까지 발생했었다.
여기에다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사업영역 축소등과 맞물려 일자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어 노조위원장이 단식투쟁을 하는 등 격렬한 생존권 투쟁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갈등은 노조가 신임 사장의 취임을 거부하는 사건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같은 노사갈등으로 회사의 이미지는 실추되고 신규계약이 어려울 정도로 경영상태가 악화됐다. 94년 22억원에 달하던 당기순이익이 95년에는 15억원으로 32.5%나 감소됐다.
노사 갈등과 반목의 후유증은 노조가 기존의 관행을 전격적으로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95년말 현재의 오동인(吳童仁)위원장은 집행부를 전면 개편, 강력한 리더쉽을 갖춘 뒤 노조활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놨다.
노조는 성과배분 위주의 협상, 경영에 대해 소극적이며 방관자적인 과거의 입장에서 탈피, 참여와 협력을 기본정신으로 삼아 회사측이 추진하는 경영합리화에 동반자적 입장에서 적극 참여했다.
노조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회사측에서도 「열린경영」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취임한 현재의 金사장은 이를 더욱 발전시켜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융화된 노사관계」를 정착시켰다.
金사장은 이를 위해 다양한 대화기구와 의사소통제도를 도입했다. 매분기 개최되는 노사협의회에 최고경영자가 한번의 예외도 없이 참가했다. 또 매월 노사 6인이 참여하는 경영자문위원회, 연2회 개최되는 경영실적 분석 및 노사단합대회, 분기별로 노사가 열린 마음으로 참가하는 OPEN HEART DAY, 정례적인 대화창구인 노사실무협의 등을 열고있다. 특히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 다양한 경영정보와 노조소식을 전직원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대화의 장을 마련한 후 노사가 얼어붙었던 마음을 열자 더이상 갈등과 반목이 아니라 공존공영이 노사의 일상적인 활동을 규정하는 기본원칙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결과 IMF 관리체제 하에서 어쩔수 없이 단행해야 했던 구조조정까지도 별다른 마찰없이 진행됐다. 총인원의 10.3%에 해당하는 인원(69명)이 명예퇴직 등을 통해 일자리를 떠나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간 잡음이 일지 않았다.
특히 올해 임금교섭은 단 두차례의 교섭을 통해 매듭지었다. 임금동결은 물론 상여금 85%와 기본급의 10~20%를 반납, 지난해 대비 임금총액을 4.7% 삭감하는데 합의했다. 약 20억원에 달하는 임금비용을 절감했다. 인원이 10.3% 감소했음에도 매출액은 10%이상 증가하고 생산성은 22.9%나 증가하는 등 효율성이 높아졌다.
한국통신진흥은 지난달 30일 서울 본사와 지방 5개사업장에서 노사화합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대회에서 상호존중·신뢰·협력을 노사화합의 3대 기본정신으로 하고 노사협력을 통한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노조도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키로 했다. 이같은 결의는 2002년에 계획된 민영화를 계기로 세계적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金사장은 『융화된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종업원에게는 성장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최적의 정보통신 서비스를 최소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최대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를 위해 「VISION 2005」라는 중장기 전략을 이미 수립했다. 이 전략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으면 고객과 주주, 정부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金사장의 생각이다.
21세기는 정보통신의 시대다. 우리 경제의 미래도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통신진흥은 바로 이같은 정보통신 사업을 지원,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통신의 자회사다.
별정통신사업, 유선통신시설 설치 및 관리·유지 보수,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 정보통신망 및 시스템구축, 그룹텔 등을 비롯해 정보통신관련 투·융자, 임대, 판매, 자금관리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상업 데이타베이스개발 지원을 비롯해 CATV선로 유지보수및 전송망공사, 시스템 통합사업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한국통신진흥은 노동부로부터 '98노사화합대상 대기업부문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공기업으로선 처음있는 일이다.
한국통신진흥은 IMF체제 하에서 융화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 등 참기 힘든 어려움을 거뜬히 이겨내며 성장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최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