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출증가는 착시…원高에 車·IT '휘청'

원화기준 수출 증가율 5.8% 그쳐 '속빈강정'<br>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분기보다 24%나 줄어<br>원화절상 경쟁국보다 빨라 앞으로가 더 문제



수출증가는 착시…원高에 車·IT '휘청' 원화기준 수출 증가율 5.8% 그쳐 '속빈강정'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분기보다 24%나 줄어원화절상 경쟁국보다 빨라 앞으로가 더 문제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올 1ㆍ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실적은 국내 수출 기업들이 원화 강세의 충격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매출이 감소하는 것 이상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ㆍ4분기 수출기업의 매출은 전분기보다 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6%나 감소했다. ◇수출 증가는 일종의 '착시현상'=지난 4월 한국 수출은 전년보다 12.7% 증가, 석달 연속으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표면상으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일 평균 수출액은 11억4,600만달러로 올들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는 '속빈 강정'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 4ㆍ4분기 평균 1,037원 수준에서 올 1ㆍ4분기에는 977원으로 5.7% 급락하면서 수출 외형은 늘었지만 채산성은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 기준으로 올 1ㆍ4분기 수출 증가율은 5.8%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전세계 시장에서 자동차ㆍ전기전자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과 경쟁하는 일본의 경우 엔화 기준으로 올 1ㆍ4분기 수출 증가율이 17.4%에 이른다. 미국 등 선진 시장보다는 중국 등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는 등 수출 내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수출 증가는 원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가 살아나면서 브릭스(Brics) 등 미국 이외 지역에 대한 수출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ㆍIT 등 수출기업 직격탄=환율 하락의 직격탄은 한국경제의 '캐시카우(현금창출)' 역할을 해온 자동차ㆍIT 등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ㆍ4분기 영업이익은 1조6,14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4.4%나 감소했다. 또 LG전자ㆍLG필립스LCD는 각각 9.7%, 89.7% 줄었다. 환율 하락에 주력 기업의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 포스코가 27.4% 감소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가 14.5%, 기아차 4.2%, 삼성SDI 59.9% 감소했다. 환율이 100원 떨어질 때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조원 이상 감소하고 현대차도 연간 매출이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8,0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중소 수출업체이다. 대기업과 달리 협력업체에 원가 부담을 떠넘기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출기업 22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원-달러 환율은 985.8원으로 대기업(974.8원)보다 높아 수출 손실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통ㆍ금융ㆍ음식료ㆍ건설 등 내수 업체는 경기 회복에다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줄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된 상황이다. 실제 국민은행의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64.6% 늘었고 한국가스공사도 136.6%나 증가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원화 강세, 유가 상승 등의 영향이 가속화될 경우 앞으로 수출 전망은 더 어둡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화 절상 속도가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이다. 올들어 원화 가치는 6% 이상 오른 반면 엔화ㆍ대만 달러는 각각 0.2%, 1.6% 오르는데 그쳤다. 박 애널리스트는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중국의 경기 과열 억제책, 유럽연합(EU)ㆍ일본 등의 금리인상 등이 맞물릴 경우 국내 수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유가마저 고공 행진을 거듭할 경우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증시 주도권 수출주서 내수주로4개 내수업종 시총 비중 36.7% 증시의 주도권도 수출주에서 내수주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유통ㆍ통신ㆍ전기가스ㆍ금융 등 4개 주요 내수 업종의 시가총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34.0%에서 지난 3일에는 36.7%로 높아진 반면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등 2개 간판 수출 업종의 비중은 36.5%에서 32.1%로 낮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원화 및 유가 강세가 장기화되면서 투자 주체들의 매수세가 환율이나 고유가의 영향을 덜 받는 유통ㆍ통신ㆍ금융ㆍ인터넷 등에 집중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말 이후 최근 4개월 동안 시가총액 비중 확대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유통업(6.4%)으로 1.7%포인트 높아졌다. 인수합병(M&A) 이슈가 부각된 철강금속(5.2%)과 중동 특수가 호재로 작용한 건설(4.4%), 통신(5.5%) 등이 1.1~0.5%포인트 확대되며 뒤를 이었고 금융(20.2%)도 소폭 상승했다. 반면 시장 내 비중이 가장 큰 전기전자는 26.5%에서 23.4%로 3.1%포인트나 낮아졌고 운수장비(8.7%)도 1.3%포인트 이상 축소됐다. 입력시간 : 2006/05/0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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