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원민족주의 확산과 에너지안보

천연자원을 국유화하려는 자원민족주의의 파고가 갈수록 고조되면서 자원전쟁조짐까지 일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석유ㆍ가스에 이어 광물ㆍ임업자원 까지도 국유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석유정제시설에는 군병력까지 투입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한달 전 석유자원의 국유화조치를 취한 것보다 더 강한 조치다. 이달 말 대통령의 결선투표를 치르는 페루도 좌파 성향의 정권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 지난해 말 러시아의 가스수송동결에서 시작된 자원의 무기화는 세계적 추세가 되는 듯한 분위기다. 남미제국의 자원국유화조치는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스페인은 볼리비아와 진행 중인 부채탕감프로그램을 당장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천연가스의 절반을 볼리비아에 의존하고 있는 브라질은 남미 4개국 긴급정상회담의 개최를 요청했다. 세계 에너지시장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남미의 자원국유화로 우리나라도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남미는 우리나라 자원개발투자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한 규모도 20억달러가 넘는다. SK는 페루의 가스전 등에 이미 3억달러를 투자했다. 석유공사도 국내기업과 함께 7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들 사업은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 투하자본을 회수하기도 전에 단행된 남미의 자원국유화는 해당업체에 직접적인 손실은 물론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의욕을 꺾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볼리비아에 4,300만달러를 투자해 유전을 개발하려던 ㈜동원은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에너지의 3%밖에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해외자원개발은 생명 줄이나 다름 없다. 기업들이 투자한 돈도 돈이려니와 해외자원개발프로젝트의 중단은 우리 경제의 장기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민관합동의 대책협의회를 발족하는 등 대응책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에너지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국내도입비중이 절대적인 두바이유만 보더라도 설마설마 하는 사이에 벌써 배럴당 7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의 초고유가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자원전쟁에 대비해 에너지안보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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