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건전한 '상속세 논쟁' 하자

각각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재산을 모두 탕진했고 다른 한 사람은 이를 기업에 투자, 200억원으로 불린 뒤 자식에게 물려준다. 이 사회는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할까. 단순히 이 조건만 본다면 대부분 후자의 손을 들어줄 게 뻔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천재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는 이런 논리로 상속세 폐지를 주장한다. 살아가는 동안 재산을 모두 소비한 사람은 단 한푼의 상속세를 내지 않는 데 반해 피땀 흘려 재산을 모아 후손에게 물려주는 사람에겐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상속세는 절약하는 사람을 박해하는 제도라는 논리도 편다. 옹호·비판 양측 주장 팽팽 사치세와 같은 부자세(富者稅)에 대해서도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맨큐는 자신의 경제원론에서 부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요트와 개인비행기 등에 대해 사치세를 부과하면 그 세금은 부자가 아니라 중산층이 오히려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설명한다. 부자들은 요트나 개인비행기 등을 구매하지 않고 다른 것을 사면되지만 요트나 개인비행기 생산업체와 노동자들은 다른 상품을 공급할 수 없어 결국 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세금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상속세 문제가 이슈화하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경영을 위축시키고 기업가의 의욕을 꺾고 있다며 이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기업상속에 따른 세 부담이 과도해 기업 경영자들이 기업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회피하고 수익을 기업발전을 위해 재투자하기보다는 배당 등 개인자산으로 유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편법증여와 상속도 과도한 세금에 의해 유인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의 편법승계 문제가 여기서 비롯됐고 “깜짝 놀랄 만큼의 세금을 내고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신세계의 발표 이면에도 편법승계 비난에 대한 반박성격이 깔려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경련의 주장을 단순히 재벌을 옹호하는 논리라고 치부할 문제는 아닌 듯싶다. 실제로 그런 요인이 있는지 따져보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전경련의 주장처럼 상속세가 기업경영을 위축시키면 이는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돼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맨큐의 논리와 어느 정도 맥을 같이한다. 물론 이런 주장이 상당수 국민의 정서에 반할 수 있다.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이 정권은 감세 자체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맨큐와 달리 상속세 폐지 등의 감세안에 반대하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폴 크루그먼은 “감세는 국가재정을 어렵게 하고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부자의 배만 불리는 ‘평균의 환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한다. 전경련은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인 추세라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미국의 부자들은 오히려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에 반대하는 광고까지 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미국 굴지의 부자들이 밝힌 상속세 폐지반대 내용을 소개하고 감세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브리핑 내용이 이를 대변한다. 한국경제·사회 성숙 계기로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이 옳은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양측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인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다른 노력이 숨어 있고 부의 승계는 땀 흘려 재산을 축적한 결과이기에 이를 단순히 부의 세습이라고 매도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발전적인 논쟁을 벌여 한국 경제ㆍ사회가 한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역시 몇 년간의 논쟁 끝에 상속세를 대폭 완화했고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책임 있는 부자클럽’을 결성할 정도로 건전한 관계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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