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관재인이 제 역할을 못해 업무가 지연돼온 퇴출 금융기관에는 예금보험공사의 전문인력이 투입된다. 예금공사도 예금자보호법 개정에 맞추어 경영혁신단을 구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키로 했다.◇파산관재인도 퇴출대상= 26일 정부 관계자는 『퇴출 금융기관의 파산관재인에 변호사들이 선임돼 있으나 이들이 파산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리비용만 늘고 있다』며 『자격미달 대상자들을 추려내 최대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법원에 파산관재인 교체신청을 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예금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물꼬가 트인 만큼, 관련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 즉시 이같은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파산재단 업무분석 결과, 역할을 못한 변호사에 대해서는 법원에 교체신청과 함께 향후 3년간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될 수 없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5개 은행 파산에 130억원, 17개 종금사 정리에 200억원 등 퇴출 금융기관의 남은 자산을 처리하는데만 45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고손실을 줄이기 위해 파산관재인 업무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산관재인,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퇴출 금융기관은 모두 124개. 현재 청산절차가 진행중인 증권(3개)과 종금(1개), 금고(7개)까지 파산단계로 접어들면 135개로 늘어난다.
파산관재인에는 모두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변호사가 정리업무에는 소홀한 채 제 잇속만 챙기는 경우가 많아 퇴출 금융기관 신속 정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파산관재인을 꼭 변호사에게 맡겨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돼왔다.
현행 파산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파산에 돌입하면 법원이 관재인을 선임토록 되어 있다. 관재인은 퇴출 금융기관의 채권과 채무 등을 분류한 뒤 자산을 정리해 회사를 완전히 없앨 때까지 총지휘를 맡는다.
그러나 일부 법무법인이 소속 변호사의 경력관리를 고려, 재무제표도 제대로 볼줄 모르는 경제 문외한을 파견하는가 하면, 변호사는 파산재단에 소송이 제기되면 이를 소속 법인에 유치시키는 등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사례가 불거지고 있다. 파산재단 직원들조차 『관재인 얼굴을 보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이러다보니 퇴출 금융기관 정리가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다. 예금공사가 지난 8월말까지 회수한 공적자금은 전체 38조원 가운데 244억원에 불과하다.
◇정부, 파산재단 고삐 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사법부와 행정부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개선안 마련을 주저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변호사들에게 파산관재인 업무가 아르바이트로 인식되다 보니 이들이 파산업무를 신속하게 진행시킬 동기가 없는 실정』이라며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을 관재인으로 선임해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데 사법부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속도라면 앞으로 5년이 지나도 퇴출 금융기관 정리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퇴출 금융기관의 종합적인 관리와 자산처분을 전담하는 기구를 예금공사 산하에 설립해 관련절차를 책임지도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금공사는 관련법 개정에 맞추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키로 하고 경영혁신단을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단장에는 이형택(李亨澤)전무가 선임됐다. 예금공사는 계약직을 포함해 175명에 불과한 현재 인원으로는 파산재단 관리 및 금융기관 부실경영 책임자에 대한 은닉재산 조사 등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문인력을 대거 보강키로 했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