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족끼리…연인끼리… 휴일 청계천 구름인파

시민들 옛 향수 되살리고 곳곳 기념촬영 축제물결…벌써 쓰레기등 무질서도

개통 이틀째인 2일 개천절 연휴에다 화창한 날씨로 청계천을 찾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청계천이 몰려든 인파로 몸살을 앓으며 극심한 혼잡을 빚자 오전시간대나 하류구간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류효진기자

가족끼리…연인끼리… 휴일 청계천 구름인파 시민들 옛 향수 되살리고 곳곳 기념촬영 축제물결…벌써 쓰레기등 무질서도 정영현 기자 yhchung@sed.co.kr 개통 이틀째인 2일 개천절 연휴에다 화창한 날씨로 청계천을 찾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청계천이 몰려든 인파로 몸살을 앓으며 극심한 혼잡을 빚자 오전시간대나 하류구간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류효진기자 청계천이 공식 개통한 이후 서울 도심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손잡고 나온 100여만명의 시민들이 청계천 시내와 교통 통제로 차 없는 거리가 된 주변 도로를 채웠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였다가 44년만에 다시 휴식처로 돌아온 청계천을 보고 모든 시민들은 마냥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축제에는 젊은이들이 몰리게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노인과 어린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사고가 발생하는 등 청계천 복원의 의미가 퇴색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연이틀간 삼일교 구간부터 청계천 산택로가 개방됐지만 몰려든 인파로 5.8㎞에 이르는 복원구간 양쪽이 가득찼다. 청계광장과 가까운 상류구간에는 산책로가 좁아 사람들이 줄지어 다녀야 할 정도였다. 2일 청계천의 첫 다리 모전교 위. 김흥수(72)씨가 다리 난간을 붙들고 아래를 내려다 보며 물고기를 찾으려 애를 쓰자 옆에 서 있던 친구 박준철(72)씨가 "하류로 내려가야 볼 수 있지. 한강 물고기가 광화문까지 어떻게 올라 와"라며 핀잔을 줬다. 하지만 김씨는 함께 늙어가는 친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TV에서 청계천 물고기를 분명히 봤다"며 물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삼일교 아래 징검다리 주변은 할머니들의 소풍 장소가 됐다. 할머니들은 징검다리 중간에 쪼그리고 앉아 흘러가는 물 속에 손을 담궈보고 물가 돌 위에 자리 잡고 앉아 땅콩을 까먹으며 소녀들처럼 이야기 꽃을 피운다. 아이들은 청계천 어디에서나 신발을 벗고 용감하게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혹시나 선선한 가을 바람에 감기라도 들면 어쩌나 하는 부모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물장구까지 친다. 인파 속에서 서로를 잃어버릴까봐 손을 꼭 잡고 다니는 황혼 커플 사이에서 청춘 커플들은 디지털 카메라나 카메라 폰으로 젊은 날의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벽천분수 앞에서 여자친구의 사진을 찍어주던 회사원 정성엽(28)씨는 "청계천의 모든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것"이라며 청계천 안내지도를 꼼꼼히 훑어 본다. 청계천 개통과 함께 공식 활동에 들어간 청계천 아티스트들은 시민들에게 또 다른 구경거리였다. 독특한 복장을 한 판토마임 공연팀은 쇄도하는 기념 촬영 요청에 잠시 공연을 중단하고 어린 아이들을 일일이 품에 안고 포즈를 취했다. 장통교 위에서는 화려한 무용복을 입은 밸리 댄서들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청계천 주변 음식점과 편의점 점원들은 폭주하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허리 한번 펴기가 쉽지 않다. 모전교 근처 분식집과 샌드위치가게는 아예 김밥과 샌드위치를 미리 수십개씩 만들어 계산대 옆에 쌓아 놓고, 베를린 광장 앞에 자리잡은 천막 음식점들은 쉴 새 없이 국수를 말아 내놓는다. 같은 날 인사동 거리도 보통 주말과 달리 2배 이상의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고미술품 상점이나 길거리 난전주변 등 곳곳에 무리를 형성하며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난전을 펴고 있는 김모(45)씨는 "청계천 관광객이 인사동에도 온 것 같다"며 "앞으로 청계천과 명동, 인사동이 관광테마를 형성해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더욱 많이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커다란 축제의 장이 된 청계천에서도 사람들을 언짢게 하는 게 있다. 청계천 난간 곳곳에 버려져 있는 1회용 커피잔과 도로 위에 나뒹구는 홍보 전단지들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입력시간 : 2005/10/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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