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느는데 일손 모자라 구제신청 올 60건 넘을듯마산시 구암동에 사는 김모(37)씨는 지난해 5월 W회사의 정수기를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코디가 정기적으로 집을 방문해 필터를 교환해 준다'는 광고가 마음에 들어 제품을 구입했지만 필터 교환시기인 6개월이 지나도 회사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다급한 박씨는 회사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다. 마산에 있는 AS센터 두곳에 모두 전화로 접수를 시켰지만 '접수가 되지 않았다'거나 '아직 미결상태'라는 답만 들었을 뿐이다.
정상적이라면 몇 번이나 필터를 교체했어야 하지만 1년이 넘게 AS를 받지 못해 요즘에는 물맛도 이상해 김씨는 정수기를 계속 사용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박씨는 "코디가 정수기 관리를 책임지고 해준다고 실컷 선전을 해놓고 제품을 판매하고 나서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 또 다른 W사의 정수기를 구입했던 김모(충안 논산시)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정수기를 설치한 후 물맛이 이상하다고 느낀 그는 한국수자원공사 수질검사소에 정수된 물의 수질검사를 의뢰한 결과 질소성분이 기준치의 3배 이상 검출돼 마시는 물로는 부적합 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는 지하수와 수돗물에는 각각 다른 필터를 써야 함에도 영업사원이 이를 구분하지 못해 엉뚱한 필터를 부착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김씨가 소보원에 피해구제신청을 하고 나서야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김씨에게 필터교환비와 수질검사료 58만원을 지불했다.
최근 들어 정수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정수기 관련 소비자들의 피해구제신청 건수는 지난 99년 38건에서 2000년 46건, 2001년 51건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서도 지난달말 현재 20건이 접수돼 이 같은 추세로 갈 경우 연말에는 60건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정수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해 회사측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손이 달려 다른 회사의 직원이 와서 AS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3년 정수기를 구입한 주부 정모(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씨는 올 1월 다른 회사 직원이 와서 필터를 교체하는 바람에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요즘은 정수된 물을 그냥 마시지 못하고 끓여먹고 있다.
최주호 소보원 주택공산품 팀장은 "무조건 회사만 믿고 계약을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가 있기 때문에 계약할 때는 반드시 약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특약사항을 명시하거나 각서를 받아두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의 김정자 상담부장은 "임대시 의무사용기간을 정해 놓고 중도해지하는 소비자에게 위약금을 물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불공정 약관 문제를 지적했다.
오철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