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10일] 베세머 제강법


공장에 갑자기 돌풍이 몰아 닥쳤다. 거센 바람은 마침 용광로에서 막 쏟아진 쇳물과 만나 거대한 화염을 일으켰다. 쇳물 속에 포함됐던 불순물도 함께 타버렸다. 쇳물은 순식간에 강철로 변했다. 1854년 헨리 베세머(Henry Bessemer)의 공장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신형 대포를 개발하던 베세머는 작업을 중단하고 자신이 목격한 현상을 재연하는 공정을 만들었다. 거대한 도가니를 제작해 쇳물을 부은 다음 공기를 주입한 것.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쇳물(선철)을 주철로 만들고 다시 연철로 녹인 후 탄소를 섞어 며칠 동안 열을 가하는 방법으로 소량 생산할 수 있었던 강철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선철에서 바로 강철을 뽑아냈기에 생산 가격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졌다. 베서머는 대형 도자기에 ‘베세머 전로(轉爐ㆍconverter)’라는 이름을 붙이고 1855년 1월10일 특허를 신청했다. 전로를 활용한 새로운 제강법의 발명으로 유럽의 연간 강철 생산량은 25만톤에서 1,000만톤으로 증가했다. 1만톤에 불과했던 미국의 생산량은 700만톤을 넘어섰다. 강하지만 부서지기 쉽고 팽창력이 약한 주철과 부드러운 연철의 장점을 고루 갖춘 강철의 대량 생산은 세상을 바꿨다. 선박과 무기의 발달속도가 빨라지고 석조건물의 한계였던 5층을 넘는 고층 건물이 선보였다. 큰 강이나 계곡도 철제 교량으로 넘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베세머 제강법은 국가 경쟁력도 갈랐다. 베세머의 조국인 영국에서는 기존 업자들의 견제로 설비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던 반면 산업화 후발주자였던 독일과 미국은 재빨리 신기술을 받아들여 제조업의 중심국가로 떠올랐다. 파리의 명물인 에펠탑과 자본주의의 상징인 맨해튼의 마천루(고층 건물군) 역시 베세머 제강법의 산물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