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과 국방부가 국내 최고층(112층.555m)으로 건설이 추진되는 제2롯데월드 건물의 높이를 낮추려는 고강도 압박 절차에 돌입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군은 22일 서울시가 롯데측의 건설계획을 수용해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 건축을 추진하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면서 행정자치부에 고도제한 중재를 요청하는 행정협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난 2월20일 555m 높이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공군의 입장문이 나온 지 3개월만에 행정협의조정을 신청한 것이다.
공군과 국방부는 앞으로 행정협의조정 결과, 203m로 고도를 제한한다는 군의 '마지노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건축허가 제한권' 발동을요청하는 것은 물론 여차하면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건물의 '키'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제2롯데월드 '키 싸움'의 본질은 초고층 건물이 인근 성남 서울공항을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비행안전에 영향을 줄 지 여부다.
공군측은 112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지는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계기비행 접근보호 구역(고도 203m)에 들어가 자칫 '9.11 테러'와 같이 항공기가 건물에 충돌할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공항으로 착륙하는 항공기가 악천후로 육안 조종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조종사가 조종석의 각종 계기판에 의존한 계기비행을 해야하는데 이 구역에서 1~2초 가량 짧은 순간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공항으로 착륙하려는 항공기는 제2롯데월드 신축 예정지 부근 지상으로부터 불과 279m 상공을 비행해야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욱 높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은 555m 높이의 건물 신축을 가정하고 1989년 이후 계기비행 접근 방향 변경, 활주로 방향 조정, 활주로 확장 방안 등을 놓고 시뮬레이션을 했으나 사고 확률을 낮출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2003년 7월 ㈜롯데물산과 공군, 관련 정부기관이 미 연방항공청(FAA)에자문을 요청한 결과, "일부 계기비행 절차의 변경이 필요하고 변경된 절차의 적용여부는 전문적인 검토가 요구된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공군은 전했다.
FAA는 "인적 측면에서는 각종 안전장애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건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는 비행안전구역 바깥에 있어 군용항공기지법에저촉되지 않는다"며 "국내외 전문가를 통해 검토한 결과 약간의 계기접근 절차를 변경한다면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군이 요청한 행정협의조정에 대해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협의에 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다음달 2일께 열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송파구청장이 허가권을 갖는 건축 허가 절차만 남겨두게 된다.
건축위원회 심의가 통과하면 군은 곧바로 2단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때문에 555m 높이로 건물이 올라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의 건축계획을 놓고 당사자인 롯데측은 쏙 빠지고 군과 서울시의 '싸움'으로 변질하고 있는 볼썽사나운 꼴이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