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장기 성장잠재력 훼손 우려

■ 내수용 수입급증 '빨간불'당장 먹고 쓰는데 자원투입 미래 대비 소홀 내수용 수입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은 생산이나 수출로 연결되지 못하는 '먹고 쓰기 위한 수입'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지난해의 경우 수입액(1,411억달러)은 전년보다 12.1% 감소했지만 내수용 수입비중은 오히려 2%포인트 증가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의 수입액(336억9,0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6% 감소했지만 내수용 수입비중은 3.1%포인트 늘어났다. 문제는 내수시장의 규모와 질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수용 수입이 현재와 같은 속도를 이어간다면 61년 경제개발 이래 일관되게 추진해온 '수출'이라는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결국은 경제위기 재연을 자초할 것으로 우려된다. ◆ 무역흑자 기조 흔들린다 내수용 수입이 늘면 늘수록 무역수지는 엉망이 된다. 무역수지가 적자였던 92~97년에는 내수용 수입비중이 64.9~68.6%로 모두 60%대에 달했다.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한 98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는 내수용 수입비중이 51.7%에서 57.0%까지 모두 50%대에 머물렀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수입액의 비중인 수입의존도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는 점도 무역흑자 기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어렵게 한다. 9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수입증가율은 51.3%로 같은 기간 명목 GDP 증가율(20.5%)의 2.2배에 달했다. 수입의존도는 93년 이후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99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로 전환, 2000년과 2001년의 경우 과거 10년간 평균치(29.0%)를 크게 상회한 34.9%와 33.4%를 각각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의 환율 하락(원화 강세)과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흑자기조를 위협하고 있다. ◆ 내수 의존형 성장의 한계 우선 내수 위주의 경제성장은 막대한 수입을 유발한다. 내수시장 확대는 불가피하게 일회성 소비재의 수요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고급 승용차나 가전제품, 고급 건축자재 및 골프채 등 사치성 물품의 수입 증가가 무역수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원자재ㆍ자본재의 수입 내역도 수출용보다 내수용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수가 계속 활황을 보일 경우 국내용 자본재 수입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자본재 수입이 앞으로 수출증가폭보다 더 크게 늘어나면 내년 하반기에는 무역수지 적자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장기적으로도 내수 위주의 성장은 성장잠재력을 고갈시키는 요인이다. 생산 부문에 투입돼야 할 자원이 단기성 소비에 충당됨으로써 미래의 성장기반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무역연구소 최용민 박사는 "수출과 투자가 저조한 상태에서 국내 소득의 증가는 소비재 물품의 수입 증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수출과 투자기반이 무너져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이 타격을 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 수출 확대를 위한 투자기반 강화 필요 무엇보다 적극적인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수출의존도(지난해 35.7%)가 높은 경제구조에서는 수출 증대를 위한 민간투자가 선결과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현오석 무역연구소 소장은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불안요인이 많다"며 "금리 안정 등 수출에 대한 투자유인 제공과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 마케팅 지원 강화를 통해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균형적인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의 이상 비대화를 억제하는 동시에 민간 부문에서도 사치성 고급 소비재의 수입을 자제하는 정신적 성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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