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날개없는 추락

검찰의 추락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할 일부 전ㆍ현직 검찰 간부 들이 또 다시 대형비리 사건에 연루되었다.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실망은 매우 크다. 아니 솔직히 말해 대부분 국민들은 더 이상 검찰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분노 마저 느끼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검찰을 호령하던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결국 사법처리를 받게 됐다. 그의 죄명은 수사기밀을 유출시킨 혐의다. 특히 권력실세와 직결돼 있는 사건 이기에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신 전 총장은 지난해 5월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 금융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정보를 김성환씨에게 알려준 데 이어 지난해 11월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당시 대검 수사사항을 무려 3차례나 알려준 혐의다. 그는 또 지난해 5월 평창종건을 내사 중이던 울산지검에 전화를 걸어 '잘 봐달라'며 선처를 지시, 내사종결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협의도 받고 있다. 김성환씨가 누구 이던가. 김대중 대통령의 둘째 아들 홍업씨의 집사가 아니던가. 홍업씨의 수족노릇을 해온 인물이다. 이수동씨는 또한 어떤 사람이던가.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오랜 집사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도 신 전 총장은 왜 이 같은 무모한 일을 저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사기밀 누설은 천기를 누설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그는 익히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말이다. 그는 수사정보 누설 등에 대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말을 믿어줄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법정에서 최종적인 유ㆍ무죄가 판가름 나겠지만 그의 마음은 후회와 함께 이미 검게 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신 전 총장은 한평생을 검찰에서 몸담아 왔다. 따라서 그는 검찰의 온갖 치욕을 그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선ㆍ후배 검사들 중에서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고 검찰을 떠나가는 사람도 지켜 보았을 것이고, 감옥까지 가는 사람들도 이따금 보았을 것이다. 특히 요 몇 년 사이에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으로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과 옷 로비 사건으로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결국 옥살이까지 한 사례들을 그는 잊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들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어디 신 전총장 뿐인가. 검찰 내 최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서울지검장을 지낸 김대웅 광주고검장도 수사기밀 사실을 누설한 혐의로 불구속 됐다. 그는 지난해 11월초 신 전 총장에 대한 주례보고 자리에서 신 전 총장으로부터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에 대한 수사상황을 전해 듣고 이수동씨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정보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고검장 역시 혐의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또 부천 범박동 재개발 비리의혹 수사과정에서 특정 기업체와 돈 거래 사실로 물 이를 일으켜 최근 사표를 낸 김진관 전 제주지검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대검중수부가 신 전 총장과 김 광주고검장이 불구속기소를 시키던 지난 12일 이명재 검찰총장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검찰조직을 위해 떠날 때가 됐다"며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가 이를 반려했다. 같은 날 김정길 신임 법무부장관이 취임식을 갖고 "국민이 검찰을 질타하고 있다"며 "실추된 명예와 권위를 찾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분명 이번 일련의 사건 등을 통해 조직을 추스르고 신뢰 받는 검찰상 확립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으로 검찰상을 확립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거의 유사사건이 있을 때마다 뼈를 깎는 심정을 피력해 왔지만 결과는 별로 였다. 이제는 하도 자주 검찰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다 보니 더 이상 깎을 뼈도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인고의 고통' 보다는 검사 개개인의 의지가 중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검사의 직'을 걸고 수사를 해 보이겠다는 마음이 필요할 때다. 윤종열<사회부장>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