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들 “사스 피해 줄여라” 안간힘

`괴질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문이 시간이 흐를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이미 상당수의 외국바이어들은 사스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방한 계획을 취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출계약이 무산되는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국에 생산기지를 마련한 일부 기업들은 괴질 사스에 대비, 현지 법인에게 `공장 폐쇄의 권한`까지 부여하는 등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수출업계, 피해확산= 스위스의 대형 유통업체인 쿱(COOP)사는 지난 7일부터 사흘간 국내에서 우리 기업들과 구매상담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돌연 방한을 취소했다. KOTRA 한 관계자는 “괴질 사스가 창궐한다는 소식 때문에 방한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유럽 전역에 1,600개의 체인망을 구축하고 있는 쿱사가 국내 제품을 구입할 경우 구매 단위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아쉬워 했다. 쿱사의 방한취소에서 보듯 괴질 사스는 국내 수출업체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격적으로 입히기 시작했다. 전자업체 A사는 미국 수출을 위해 최근 중국 광조우에 자동차 부품용 공장을 설립했으나, 공장시설을 점검한 후 납품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미 바이어가 사스 때문에 방문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공장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종이제품 중간원료를 생산하는 제지업체 B사도 주요 바이어인 중국업체가 수출차질로 주문을 줄이는 바람에 최근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 KOTRA 주관으로 스위스 등 유럽 3개국을 방문중인 민관합동 투자유치사절단이 만날 예정이던 스위스의 한 바이오 기업은 “한국은 사스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상담은 취소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ㆍ동남아 지역과의 무역 피해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미국ㆍ유럽 바이어들이 우리나라와 중국ㆍ동남아를 사스 위험지역으로 같이 취급하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사업도 차질 우려= 괴질 사스가 중국 생산기지에도 점차 타격을 입히기 시작할 조짐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주말 중국 현지법인인 광둥공장 책임자에게 `사스가 사업장내에 확산되거나 직원 가운데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현지 법인장이 조업중단 또는 공장폐쇄 등의 조치를 자체적으로 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포스코 역시 중국본사를 통해 현지사업장에 사스 발병자가 발생하면 사업장 폐쇄까지 단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공장내에 전염병이 번질 경우 생산차질은 물론 대외신인도에도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현지에서 바로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의 중국ㆍ동남아 방문계획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이윤우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은 중국의 IIPC 초청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일정 자체가 무산됐다.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도 이달말 동남아ㆍ중국의 거래선과 현지법인을 방문하려 했으나 이 계획을 취소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스에 따른 피해가 산업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당분간 중국ㆍ동남아의 사업장에서 사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관련기사



조영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