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들 출연금 부담 대출심사 깐깐해질듯

■ 기보·신보 출연금 차등화보증기관 대위변제 겨냥 "보증쓰고 보자" 행태 제동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금융회사의 출연금이 차등화되면 은행들은 더 이상 대출하면서 보증기관의 보증을 '물쓰듯'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위변제 규모에 상관없이 출연료가 모든 금융회사에 정률로 적용돼왔기 때문에 은행들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낼 바에야 가급적 보증부 대출을 선호했다. 특히 담보가 불충분한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대개 보증기관의 보증을 요구했고 보증만 첨부되면 바로 대출해주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출연금이 대위변제 규모에 따라 차등화되면 이러한 보증부 대출의 관행은 크게 달라진다. 업체의 상환능력이 곧바로 은행의 출연금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는 것은 물론 신용이 좋지 않은 중소업체와 벤처기업들의 경우 대출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출연방식 왜 바꾸나 대위변제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출연금을 낸다는 것은 수익자부담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근저에는 신보와 기보의 보증재원을 확충해주면서 정부 출연금 부담을 줄이자는 목적이 깔려 있다. 보증기관의 재원은 보증서를 발급해줄 때 받는 보증료 수입과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출연금, 정부로부터 받는 출연금 등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보증료와 금융회사의 출연금 수입만으로는 대위변제 비용을 충당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정부의 출연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위변제 규모에 따라 출연금을 차등화하면 보증을 많이 쓰면서 대출잔액을 꾸준히 불려온 은행들이 보증기관의 대위변제 혜택도 많이 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들어오는 출연료는 이전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다. 보증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몇몇 은행의 불만도 제도변경의 배경이다. 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경우 보증을 별로 활용하지 않는 반면 기업들에 대한 대출잔액은 커 출연금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무조건 보증을 쓰고 보는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 보증부 대출 금리 높아진다 현재 은행들은 기업들에 대출할 경우 신보의 출연금을 대출금리에 최소 60~70% 이상 직ㆍ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증을 통해 은행대출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은행도 일정 부분 출연금 비용을 책임지지만 일차적으로 대출을 받는 것은 업체들이기 때문에 출연금의 상당액을 대출금리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보와 기보에 대한 출연금 부담이 총 0.3%이기 때문에 적어도 0.2% 이상은 대출금리에 반영된다는 것. 이에 따라 앞으로 출연금이 차등화될 경우 부담이 커지는 은행은 대출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부담이 줄어드는 은행들은 반대로 대출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소기업들에 대한 보증대출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기업은행과 국민은행 등이 대위변제 규모가 큰 만큼 이들 은행의 보증부 대출 금리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산업은행 등 출연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회사의 대출금리는 이론상으로는 내려가겠지만 실제로 이를 금리인하에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 이해관계 엇갈려 진통 정부는 올해 안에 보증기관의 시행규칙을 규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출연금 부담이 커지는 은행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제도변경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추가부담이 대폭 확대돼 이들 은행의 반발이 예상된다. 기보 자체 분석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경우 0.13%의 출연율이 적용, 56억원의 추가 출연금 부담이 생기고 국민은행의 경우 0.12%의 출연율로 66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 신보까지 합할 경우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추가부담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각각 200억원과 150억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42억원의 출연금을 부담했던 산업은행의 경우 30억원 이상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한해 기보에 출연한 것에 비해 대위변제 받은 규모가 6.7배에 달하고 있는 만큼 출연금 확대 여지가 충분하다"며 "은행별 이해관계가 달라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기관들이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열기자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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