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9일] 루머에 흔들리는 증시

‘A사, 주력사업 그룹 계열사로 이관 후 그룹사와 결별’, ‘B사, C그룹에서 주당 2만7,000원에 인수, 오후2시 발표’, ‘D사 인수 위해 E그룹 유상증자 예정’ 요즘 증권시장에는 ‘소설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주로 재료를 호재로 주가가 움직이는 소형주뿐 아니라 대형주들도 루머에 주가가 울고 웃는 경우가 많아졌다. 주로 메신저를 통해서 도는 증권가 루머는 때로 시장의 시각과 기대감을 반영하기 때문에 한낱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게다가 루머가 사실 혹은 사실에 근접한 정보로 판명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주식 투자자들은 루머 동향에도 관심을 갖고 투자에 참고한다. 그야말로 참고사항일 뿐이기 때문에 ‘소설’ 수준인 루머에는 주가 반응이 영 신통치 않은 게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붐과 사업구조 재편에다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약세장까지 맞물리면서 각종 설들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증권ㆍ보험ㆍ정보기술(IT)등의 업계에서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각종 설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루머는 순진한 투자자들이 속아 넘어가기 쉽게끔 교묘해졌다. M&A 가능성이 높은 기존의 기업들을 골라 주당 인수 가격과 공시 시간까지 명시해 루머를 퍼트린다. 그 시간 전까지 주가는 강세를 보이다가 사실이 아니라는 회사의 공식입장이 나오면 주가는 맥없이 무너지며 상투 잡았던 투자자들만 허탈하게 하고 있다. 루머의 위력이 배가되고 있는 더 큰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불안한 투자심리 때문이다.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하는 게 정석이지만 국내외 경기, 기업실적 전망이 모두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개별 종목의 악재와 호재에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관 투자가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요즘 펀드매니저들도 단타 투자의 유혹을 느낄 만큼 증시가 불안하다”고 전했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주식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혹하는 세력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철학으로 ‘호시우행(虎視牛行)’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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