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영입임원에게는 줄을 안 서고 토종임원에게만 줄을 선다.” (대기업 A사 임원)
“인사팀에서 1년간 귀머거리ㆍ장님ㆍ벙어리가 될 것을 요구하는데 그럴 것이면 왜 영입하는지 모르겠다.” (B사 영입임원)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수혈’된 영입임원 비중이 평균 30%를 넘어섰지만 이들이 재량껏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드물다는 평이 많다. LG경제연구원은 15일 ‘영입임원, 이런 점이 힘들다’라는 보고서에서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분석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대기업 내부의 자체 설문조사와 함께 주요 대기업 소속 영입임원 5명의 인터뷰가 인용됐다.
보고서는 임원급 인재들이 겪는 첫째 어려움으로 ‘빨래터 문화’를 꼽았다. 옛날 아낙들이 자주 모였던 개울가 빨래터에서 나온 헛소문과 ‘왕따’ 문화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특히 임원은 계약직이어서 고용이 불안정하다 보니 경쟁자를 배제하고자 ▦나쁜 소문 유포 ▦사생활 들춰내기 ▦임원 대상 행사소식 알리지 않기 등이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줄서기 문화에서 배제되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지목됐다. 직속 상관임에도 불구하고 영입임원이라는 이유로 상사 명령을 듣지 않고 오히려 ‘토종임원’에게만 줄을 선다는 것. 또 새로운 업무 스타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의 보수주의도 ‘감옥’과 같이 느껴진다는 응답도 나왔다. 한 영입임원은 “해외출장이 너무 잦다며 자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내가 갖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데 오히려 부정적”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임원 정도면 당연히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며 적응을 위한 어떤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지 않는 점도 어려움으로 지적됐다.
연구원은 간신히 모셔온 인재가 제자리를 못 찾아 떠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나 오너 등이 이들을 적극적인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10대 그룹의 한 기업은 오너가 나서 영입임원이 그만두면 해당 회사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경우도 있다”며 “GE의 잭 웰치 회장이 핵심인재 관리에 시간의 70%를 할애한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영입임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미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