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방통위, 정치적 중립성 지켜야

[시론] 방통위, 정치적 중립성 지켜야 한진만 (강원대 교수ㆍ신문방송학, 전 한국방송학회장) 요즘 방송의 정치적 독립 문제가 중요한 화두다. 정권이 바뀔 때면 어김없이 회자되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인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이명박 정부에서는 방송과 통신을 함께 다루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기 때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방통위는 과거 방송위원회가 갖던 권한을 그대로 이어받고 거기다가 통신의 영역까지 취급하게 되는 실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위원회로 군림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이러한 권한을 가진 방통위가 자칫 정치적으로 휘둘리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걷잡을 수 없기에 더욱 논란이 분분하다. 방통위에 대해서 이러한 우려를 하게 되는 몇 가지 근거를 찾아보자. 먼저 방통위는 방송사의 허가 및 재허가 추천권을 갖고 있다. 실제로 과거 경인방송은 방송위로부터 재허가를 받지 못해 문을 닫았다. 거대한 방송사도 하루아침에 문 닫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이와 같은 위원회의 권한이 이제 방송뿐만 아니라 통신을 포함한 뉴미디어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장하게 됐으니 가히 공룡과 같은 존재가 등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방통위는 직ㆍ간접적으로 방송사의 사장을 임명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사장 선출 권한이 있는 KBS 이사 선임과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EBS 사장 및 이사 선임 등을 위원회가 한다. 방통위의 설치와 구성과 관련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한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이 되면 정부의 다른 부처와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전체 국가적인 차원에서 방송통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진흥책을 마련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이 정부의 정책과 갈등을 갖게 되는 경우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여타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대통령이 직접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지만 방송의 경우는 다르다고 본다. 또한 위원회 위원 구성과 관련해서도 정치에 휘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뾰족한 묘책을 찾기 쉽지 않지만 위원들이 정치와 독립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후 위원을 선정해야 순서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분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 문제가 더욱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 같다. 물론 내정된 분의 능력과 덕망을 폄훼시키려는 의도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방송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정치와는 거리 있는 분이 적격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의 실세가 책임을 맡는 것이 새로이 만들어지는 조직이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는 그 점이 역설적으로 방송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나머지 방통위원이나 특정 방송사 사장의 자리에도 선거에서 혁혁한 공이 있는 사람이거나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분이 내정됐다는 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방송사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정치권에 줄을 대야한다는 것이 정설 아닌 정설로 증명돼가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방송이 정치로부터 독립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께 그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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