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9월 23일] 마음 속에 심는 푸른 꿈

지난 5월 필자의 회사에서 주관하는 아시아 지역 황사 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바가노르 지역을 찾았을 때 ‘사막은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폐허의 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약 100㎞ 떨어진 바가노르 지역은 한때는 유럽의 휴양지처럼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무분별한 벌목 등으로 지금은 근처에서 숲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황폐해져 있었다. 2004년부터 시민단체와 대한항공, 현지 주민들이 힘을 합해 황사화 방지를 위한 식림 사업을 펼친 끝에 다소나마 숲의 모습을 갖춘 지대가 조성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울창한 푸른 숲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보였다. 모름지기 희망은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해외 자원봉사자들이 식림 행사를 마치고 나무에 물을 주려 하자 ‘귀하디 귀한 물을 땅에 버린다’며 뛰쳐나와 방해하고는 하던 주민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름다운 숲을 향한 꿈을 함께 키워가고 있다는 전언이었다. 현지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으면서 5년 동안 이룩한 작은 숲이 수 십년 뒤 이루게 될 아름답고 울창한 숲의 단단한 기반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사실 해외 식림 사업이 단순히 많은 나무를 심기 위한 것이었다면 굴삭기를 동원하거나 현지 군부대에 요청해 돈만 지원하는 게 더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는 숲 조성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누구도 꿈을 대신 꿔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해외 식림 사업 역시 땅에 심는 푸른 나무보다 그 황폐한 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푸른 꿈과 희망을 심는 것이라는 생각이 먼 이국땅에서 거친 흙을 파고 나무를 심으며 점차 강해졌다. ‘알게 되면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다’고 했다. 사막화된 몽골 지역의 식림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금 당장 우리가 거대한 사막화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땅도 안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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