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방침이 워크아웃의 기본 원리를 망각한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워크아웃은 기본적으로 채권단간 합의사항인데, 정부 의지대로라면 자금지원 등에 대해 자칫 채권단의 동의로 없이 주채권은행만의 희생아래 워크아웃이 진행될 수 있는 함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가뜩이나 꼬이는 대우 워크아웃에 정책당국의 조급증과 「이벤트성 정책」으로 또다시 혼선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다.
◇「사실상 은행관리」를 꺼낸 이유는= 워크아웃이라는 현행 시스템아래 채권은행들은 경영관리단을 대상기업에 파견, 기업의 돈줄을 움켜쥔다. 은행별 차이가 있지만, 현행 경영관리단도 파견 즉시 해당기업으로부터 「도장」을 넘겨받는다. 정부는 대우의 워크아웃 방안이 나오기도 전에 은행별로 경영관리단을 파견토록 지시한 바있다.
그럼에도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이날 「느닷없이」 은행관리라는 용어를 썼다. 이와관련, 김영재(金暎才)금감위 대변인은 『「사실상」 은행관리로 들어가는 3개사는 덩치가 크고 구조조정 방향 등에 윤곽이 잡혀있는 상황』이라며 『3개사를 조기에 독립화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주채권은행이 마지막 결단을 내릴 시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명분상의 논리인듯하다.
금감위와 채권은행들은 李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자금」쪽에 촛점을 두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돌아가는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시스템은 대우 구조조정을 이끌기에는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는 판단때문이다.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채권단간 이견으로 신규자금 지원조차 미뤄지고 있다. 돈을 집행해야할 주채권은행들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기 일쑤다. 이로인해 대우 계열사와 협력업체의 운용은 마비상황에 빠져들고, 관련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계열사들의 매각작업에도 일부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 무엇보다 이들 3개사의 자금이 여타 계열사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해지고 있다.
이와관련, 주목되는 점은 金대변인의 이날 설명에서 『은행이 책임지고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 은행관리 방식을 원용, 채권단간 이견이 있을때는 주채권은행이 책임지고 자금지원에 나서 그에 상당한 관리감독을 하라는 것이다. 필요할때는 주채권은행이 임원진을 교체할 수도 있다고 곁들였다.
李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결국 해당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역할을 강조함과 동시에 한계에 이른 대우자금난을 최악의 경우 주채권은행이 우선 단독으로라도 집행해 자금난을 풀어준뒤 채권단의 조율을 이끌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그룹으로부터 자금줄을 차단, 3개사를 확실한 독립기업으로 남기겠다는 심산이다.
◇대우 구조조정 작업은 여전히 안갯속=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 대우 구조조정 작업은 여전히 꼬이고 있다. 이날 발표에도 부작용은 많다. 과거 은행관리는 주로 소규모 업체를 대상으로 했다. 때문에 주채권은행이 손에 쥐고 해당기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주관은행이 감당하기에는 덩치가 너무크다. 은행관리의 기본 전제는 해당기업에 자금이 선지원되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단간 이견이 있을때는 주관은행이 우선 자금을 지원해주고 차후 채권단 전체로부터 분배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우그룹은 수많은 채권단들의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주관은행 독자적으로 자금을 퍼붓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주관은행은 채권단간 이견이 있을때마다 우선 돈을 지원해주고, 신규자금 지원배분은 차후 추인을 받는 형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추인을 받는 과정에서도 의견합일이 되지 않는다면 주채권은행만 골병이 들 수 있다. 「채권단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할 워크아웃을 주관은행 독단으로 흐르게 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대우 계열사의 전체 워크아웃 작업도 여전히 삐걱거린다. 지난 4일 2차 채권단회의에 이어 李위원장의 「립서비스」가 있은 6일에도 대우전자에 대한 신규지원이 부결됐다.
대우발행 담보 기업어음(CP)을 둘러싼 투신사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없으면, 7일 3차 회의도 별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 순간 대우 워크아웃 작업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결국 대우 장래는 7일 채권단회의가 고비로 등장한 셈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