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히딩크 축구의 교훈

지난 2000년12월, 월드컵을 정확하게 1년 반 가량 남겨둔 시점에도 한국 축구는 골결정력 부재ㆍ잦은 패스 미스ㆍ침착하지 못한 플레이ㆍ질질 끄는 드리볼 등 문제점 투성이였다. 네덜란드인 히딩크 감독은 그 때 등장했다. 그 전에도 외국인 감독이 있었지만 히 감독이 이들과 달랐던 가장 큰 점은 '원칙 고수'다. 그는 감독 취임 후 실력이 최고라는 원칙을 악착같이 지켰다. '대표팀이 되는 길은 오로지 실력일뿐'이라고 공언한 그는 실제로 '선수들의 이름값'에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실력이 확인되면 대표팀으로 끌어올렸고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쫓아냈다. 이름없는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된 것이나 국내 최고로 꼽히던 선수들이 탈락했던 것도 바로 히딩크의 이 원칙 때문이었다. 하도 선수들을 넣다 뺐다 하니까 "선수들 실력만 살펴보다 시간만 흐른다. 뻔한 선수 층에서 얼마나 대단한 선수가 발굴되겠냐"는 비판, "없는 선수를 어디서 찾냐. 16강은 고사하고 1승도 날샜다"는 비난이 쏟아졌었다. 그렇게 1년 반을 보낸 지금 우리는 '히 감독의 원칙'을 다시 보고 있다. 한국축구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과 교훈을 얻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히 감독의 원칙에서 '경쟁구조 만들기'도 뺄 수 없는 핵심이다. 어느 자리는 어떤 선수밖에 없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그는 쉽사리 무시했다. "축구는 전쟁이다. 위기는 각본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팀에는 언제 어느 형태로 발생할지 모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전천후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강변이다. 전문가 우대와는 정반대 논리다. 맞는 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히 감독이 한국축구의 체질을 바꿨다는 점은 확실하다. 최근 경기들의 생생한 증거다. 이쯤에서 히 감독의 원칙에다 '축구' 대신 '기업경영ㆍ 국가경영'이란 단어를 대체하면 어떻게 되나. 혹시 우리가 '답을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