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만호특집] 다시보는 서울경제 특종

특종은 신문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기자들은 생생한 뉴스를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전달하기 위해 취재현장을 바쁘게 뛰고 있다. 기자가 남들보다 먼저 전한 뉴스가 특종이다. 특종은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신문의 위상을 한 차원 높여준다. 그래서 특종이 없는 신문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국내 최초의 경제지인 서울경제신문은 개발경제시대인 지난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특종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날카로운 특종으로 정부의 경제정책흐름을 바꿔놓기도 했다. 「특종신문」서울경제신문의 지나간 특종을 시대별로 정리해 본다. ◇어획량집계에 이상?= 일본측이 어업협상에서 유리한 유치를 차지하기 위해 한·일공동규제수역에서 잡은 고기의 양을 부풀려 작성한 의혹을 고발한 기사다. 기사는 지난 66년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공동규제수역에서 올린 한국과 일본의 어획량이 각각 7,975톤, 3,963톤으로 약 2배차이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설비와 기술이 앞서고 있음에도 일본측이 고의적으로 어획량을 줄여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의 한·일어업협상에서 볼 수 있듯 예전부터 한국과 일본은 어획량을 놓고 양보없는 씨름을 해왔다.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이 기사로 인해 수산청은 어획량보고를 재검토하고 한·일어업협상을 우리측에 유리하도록 이끌었다. 결국 이 특종은 어민들의 재산을 지켜준 것이다. ◇부가세율 10%로 인하실시= 지난 77년7월1일 실시된 부가가치세제를 특종 보도한 기사였다. 기사는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그해 6월13일 청와대에서 부가가치세제의 실시에 따른 보완대책에 관해 관계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부가가치세제를 예정대로 실시하되 세율은 13%를 10%로 3%포인트 인하실시키로 확정했다고 적고 있다. 당시 재무부장관이었던 김용환(金龍煥)자민련 수석부총재는 이 내용이 미리 보도되자 무척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5개산업단지에 새공단 조성= 서울경제신문은 경제뉴스에 관한한 어느 신문보다 한 발 앞서 보도해왔다. 이 기사 역시 건설부가 지난 77년안에 578억원을 들여 포항, 창원, 온산, 여천, 거제등 5개산업단지에 241만4,000평의 새로운 공업단지를 조성키로 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전했다. ◇재벌(財閥)과 가벌(家閥)= 50대 재벌그룹의 창업과정과 혼맥, 가계를 심층 분석해 장장 1년4개월동안 모두 63회에 걸쳐 기획시리즈로 보도됐다. 기자들이 대거 동원된 이 기획물은 취재과정의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철저한 현장취재와 재벌가에 대한 객관적 조명으로 정계, 재계, 금융계, 일반독자 등 각계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만도 3,000명에 이르고 있으며 기자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등본이나 초본만도 1,000여통을 떼야 했다. 한국 신문사상 최초로 시도한 이 시리즈는 그 완벽성을 인정받아 「재계혼맥의 바이블」이란 찬사를 대내외적으로 받았다. 또 게재되면서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신문잡지들은 이를 그대로 전재하거나 발췌, 기사화하기도 했다. 기획특종이었다. ◇대소경협 30억달러 지원= 한국과 구(舊)소련의 수교에 따른 후속조치로 정부가 3년동안 30억달러규모의 경협차관을 지원키로 한 내용을 특종보도한 기사다. 기사는 93년까지 제공할 경협자금 30억달러 가운데 5억달러는 현금차관으로, 10억달러는 국내업체의 대소플랜트수출을 위한 연불수출지원자금으로, 나머지 15억달러는 소련대외경제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간에 크레디트라인을 개설해 대소차관으로 지원키로 했음을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또 이 결정은 김종인(金鍾仁)청와대 경제수석, 이승윤(李承潤)부총리, 정영의(鄭永儀)재무부장관, 박필수(朴弼秀)상공부장관 등 고위당국자들의 연석회의에서 정해졌다는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 기사가 나가자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이 노발대발했으며, 이 때문에 관계자들이 안기부에 줄줄이 끌려들어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으로 새롭게 떠오른 경협차관문제를 보도한 이 기사는 당시 폭풍과도 같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당시만해도 국내 경기는 상승세여서 소련에 차관을 제공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근10년이 흐른 지금 우리의 관심이 빌려준 차관을 어떻게하면 회수할 수 있을 지에 쏠려있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가락동연수원땅 한양에 팔린다= 당시 여당인 민자당이 서울 송파구가락동 정치교육원부지를 (주)한양에 매각할 것을 폭로한 기사. 민자당 가락동 중앙정치교육원 부지매각사실은 당시 민자당의 대권후보 경선이 과열되어 있던 시점에서 특혜대출과 정치자금 수수설등으로 정치적파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신문과 방송이 앞다퉈 기사를 추종보도한 사실은 어쩌면 당연했다. 특히 보도시점이 부지매각 사실과 부지 매입자가 누구인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던 때였는데도 기사는 매각대금액수와 매입자까지 밝혀내 기자의 순발력과 집요한 추적이 돋보였다. 기자는 교육원부지가 매각된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민자당 뿐아니라 업계, 은행을 대상으로 끈질긴 밀착취재에 나섬으로써 한양이 1,500억원에 매입한다는 사실을 끝내 밝혀냈다. 이 기사는 일반여신이 규제됐던 총선기간중 한양이 상업은행으로부터 200억원의 대출과 300억원의 지급보증등 500억원의 여신을 받아 땅값 대금으로 지불했으며, 민자당은 이 돈을 총선자금으로 사용, 특혜대출과 정치자금수수라는 파장을 불러일으킨 실마리가 됐다. ◇「 글」암호체계 깨졌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한글 문서작성프로그램인 아래아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암호가 완전히 깨졌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보도와 함께 그 당시 가장 강력한 문서암호화 시스템을 탑재해 그 누구도 암호를 풀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아래아 한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아래아 한글을 이용한 컴퓨터문서의 암호체계가 무너짐으로써 기업은 물론 정부및 군기관의 정보유출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을 경고했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컴퓨터사용자인 李모씨가 아래아 한글 2.1의 암호문서를 푸는 프로그램인 「코드21」을 개발해 PC통신에 공개했다. 李씨는 암호해독프로그램은 암호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아래아 한글의 암호시스템을 깨뜨리는데 「역공학(리버스엔지니어링)」이란 기법을 사용했다는 내용도 상세하게 적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보도로 컴퓨터사용자들은 저장된 한글문서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음을 알게되었고 플로피디스켓에 문서를 복사해 따로 숨겨놓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아래아 한글의 제작사인 「한글과 컴퓨터」사는 아래아 한글 3.0판부터 암호방식을 64비트로 긴급변경해 깨진 암호체계를 바로잡았다. ◇「IMF와 600억달러 차입 협의」= 국난(國亂)에 비유됐던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신청과 관련해 외환위기 당시 금융시장등 주변 정황을 미리 분석해 한국이 IMF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음과 협상과정 등을 가장 앞서 보도했다. 한국 언론사상 보기 드문 특종이다. 17일자 기사는 한국경제가 국가부도사태를 면하기 위해서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길밖에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취급, 정책의 흐름을 미리 예고했다. 이어 21일자 가판에 IMF의 스탠리 피셔부총재가 극비리에 방한한 사실을 특종보도했고 이어 시내판에는 한국측 협상대리인인 박영철(朴英哲)금융연구원장과의 협상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시내판에는 「IMF 600억달러 차입 협의」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언론계 처음으로 보도됐다. 취재팀이 그날밤 잠입취재를 통해 한국측 협상대리인인 박영철(朴英哲)금융연구원장이 서울 힐튼호텔을 방문해 피셔부총재와 회동하는 순간을 확인하고 협상발언 등을 단독 취재, 보도한 것이다. 여기에 朴원장이 협상을 마치고 호텔방을 빠져나오는 장면 등의 사진도 역시 특종으로 실렸다. 서울경제신문의 민첩함에 다른 방송과 신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 어떤 방송, 신문도 엄두조차 못냈던 일이다. 반향은 엄청났고 편집국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정경부, 증권부, 사진부기자들이 총동원돼 밀착심층취재를 한 결과 얻은 보물과도 같은 기사였다. 이 기사는 기자들의 긴밀한 팀웍과 통찰력, 뛰어난 분석능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보도이후 만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22일 정부는 IMF구제금융 신청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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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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