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A타임스 본지특약] 中기업 美진출 바람 거세진다

WTO가입후 기술력습득 차원 투자확대기술주의 거품 붕괴뿐만 아니라 9.11 테러도 중국 본토 기업들의 미국내 투자 열풍을 수그러들게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인의 대미투자는 지난 80년대 일본인의 미국에 대한 투자나, 지난 5년간 유럽인의 미국내 투자와는 아직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좋아지고 있고 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후 밀려들어올 외국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기술력 확보가 절실한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크게 늘 조짐이다. 최근 필립스의 CDMA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내 자회사를 인수한 홀리 그룹의 리 야후홍 지사장은 "중국기업들 사이에서 가만히 앉아있다가는 경쟁력 있는 외국업체에 중국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많은 중국본토 기업들이 경쟁에 필요한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 습득을 위해 외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필립스의 자회사를 비롯해 이미 3개의 미국기업을 인수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중국 본토로부터 미국에 투자된 자본이 어느 정도 인지를 보여주는 통계는 없다. 중국 정부가 관련 통계를 만들지 않고 있고, 또 많은 본토 자금이 홍콩 등 제 3국을 거쳐 미국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나 정부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진출을 모색하는 중국기업이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새너 제이에서 이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웨이 쿠엔은 최근 들어 미국 진출에 대해 문의하는 중국 본토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진출한 중국본토 상공인들의 모임인 중국기업협회의 회원기업수도 지난 7월 18개에서 현재는 54개로 급증했다. 캘리포니아의 주 정부 관계자도 "중국대표단의 방문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미국 시장 공략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진출하고 있다. 중국 텔레비전 제조업체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콘카, 가전업체인 하이얼 그룹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이얼 그룹은 캘리포니아 지역에 4,000만달러를 투자해 가전공장을 건설, 냉장고ㆍ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에 자체 사옥을 구입, 본격적인 미국진출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미국 진출 중국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엇보다 본토의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한 최신 기술을 습득하는 것. 특히 기술주 거품이 꺼지면서 기술력 있는 미 벤처 기업의 인수 비용이 낮아지고 있어, 중국 기업들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5억달러를 투자해 서브게이트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한 베이징 소재기업 싱화 유니스플랜더 그룹의 관계자는 "1년전만 해도 이 같은 저렴한 비용으로 서브게이트 같은 첨단 벤처기업을 인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과거와 달리 중국기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이들의 진출에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수년전만해도 중국기업 관계자를 거의 무조건적으로 산업스파이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미국내에 팽배했었으나 지금은 그 같은 시각의 크게 개선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력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의 경영 노하우 습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기업의 한 관리자는 인수한 기업의 경영자들이 직원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통해 많을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리=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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