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트랜스젠더 性別 정정 허용' 판결 이끌어낸 이태화 변호사

"성전환 분야 3년 동안 공부 삶에 대한 희망 심어줘 보람"<br>6개월 이상 정신과 치료 등 엄격한 심사후 허용해야


“1,2심에서 모두 기각 당하고 대법원 상소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대법관 구성원이 다양화 되면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국 기각되면 의뢰인이 얼마나 낙담할까를 생각하니 대법원 판결 전까지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모릅니다.” 최근 트랜스젠더의 호적상 성별 정정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 사건에서 트랜스젠더 A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태화 변호사(사진ㆍ법무법인 청풍)는 변호사들이 보통 잘 드러내지 않는 의뢰인의 딱한 사정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을 애기했다. 그는 “처음 의뢰인이 찾아 왔을 때 너무 어렵게 사는 애길 듣고 인간적으로 사건에 접근하게 됐다. 원래 관심있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사건을 맡고부터 그 분야에 대해 같이 공부를 시작했다”며 3년전 A씨가 사무실을 찾았을 때를 회상했다. A씨는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정신과 신체는 남성인 성전환자였다. 주민등록상 성과 실제 성이 다르기 때문에 회사에 찾아가도 취직이 안돼 변변한 경제생활 한번 못했다. 또 관공서를 찾아 가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등 이루 말 못할 어려움을 겪으며 중년에 접어들었다. 그는 호적정정을 시도해볼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위에서 실패한 사례가 많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2년 하리수씨의 호적정정 뉴스를 접하고 용기를 내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은 후 전국의 성별정정 허용과 불허 사례를 살펴봤다. 사례를 살펴보니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개별 법관의 철학과 성향에 따라 판단이 내려졌다. 전향적인 판사가 담당하면 허락되고 보수적인 판사에게 사건이 배당되면 불허 되는 등 운에 따라 소수자의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번 판결을 위해 2년 동안 대법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갖고 공개변론을 하는 등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관심을 가져준 대법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의뢰인 A씨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았다”고 전했다. 성별 정정 판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그 삶을 옆에서 본 사람은 병역기피 등을 이유로 쉽게 성별을 바꿀 우려가 있다는 식의 비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성별 정정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6개월이상 정신과적 치료를 받고 성전환 수술을 통해 외관상으로도 성정체성과 일치되는 성적 특징을 갖췄을 때 허용돼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호적법을 고치는 등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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