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불붙은 자원전쟁] '4년 줄다리기 협상 마침표' 잠빌광구 계약 뒷얘기

KMG "가격 다섯배 올려라" 막판 트집<br>韓총리, 카자흐 대통령 설득 성사시켜


“4년을 끌어온 숙제가 풀렸다.” 지난 5월14일 오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 위치한 릭소호텔. 이재훈 지식경제부 2차관은 카자흐스탄 국영에너지회사 카즈무나이가즈(KMG)의 우자크바이 카라발린 사장에게서 잠빌광구 지분 27%를 8,500만달러에 한국에 내주기로 했다는 최종 승낙 소식을 듣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밤 그는 거의 뜬 눈으로 지샜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중앙아시아 4개국 순방을 앞두고 거의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던 잠빌 석유광구 지분 양수도 계약이 KMG의 막판 트집으로 그만 틀어지고 만 것이다. 추정 원유 매장량 10억배럴. 카스피해에 자리잡은 잠빌광구는 우리나라 1년 석유 소비량(약 8억5,000만배럴)을 웃도는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석유 황금어장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뒤 KMG가 소유하고 있는 잠빌 지분을 일부 양도 받기로 의정서를 맺었고 이듬해 2월에는 지분 27%를 7,500만달러에 양도 받는다는 구체적인 기본계약(HOA)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국제유가가 서너 배 뛰어오르면서 KMG는 HOA 때 약속한 7,500만달러의 다섯 배 수준인 3억5,000만달러를 요구했다. 원유 가격이 폭등했으니 웃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기가 막혔지만 가만히 앉아서 한숨만 내쉴 수는 없었다. 한 총리가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13일 오전만 해도 상황은 암담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한 총리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만나면서 급반전됐다. 한 총리는 양국 간 경제협력에서 잠빌광구 지분 인수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설득했고, 결국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마음이 움직였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잠빌광구 계약을 토대로 양국 간 전략적 동맹을 더욱 확대해나가자고 흔쾌히 수락하고 KMG에 서둘러 계약을 성사하라고 지시했다. HOA의 가격에서 1,000만달러를 더 올리기는 했지만 한국 컨소시엄은 14일 오전 아스타나 시내의 릭소호텔에서 KMG가 소유한 잠빌광구 지분 27%를 인수하는 본계약에 성공하며 2004년 첫 의정서 이후 4년여간의 팽팽한 협상 줄다리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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