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미술시장이 요란하다는데…

[데스크 칼럼] 미술시장이 요란하다는데… 홍현종 hjhong@sed.co.kr 엄마 잃은 아이들 우는 소리가 객장에서 들릴 때가 주식시장 상투라는 말은 증시 격언의 80년대 판 버전이다. 돈길을 금융 전문가들보다 더 잘 안다는 강남 빨간 바지 아줌마들 얘기는 부동산 시장의 전설로 남은 채 어느덧 시간은 흘렀다. 문화의 시대라는 2007년 오늘. 뭉칫돈들은 그래도 여전히 돌고 돌아 대한민국 땅 어느 곳을 또다시 들썩이게 하고 있다. 사람도, 무대도 바뀐 새 양태로서다. 수십년 전 부동산 투기 바람이 휩쓸었던 바로 그 땅 한복판 건물에서 얼마 전 열린 국제 아트페어. 전시장에는 그런데 유례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웬만큼 알려진 작가 작품이라면 미처 전시 공간에 내걸리기도 전 전화 예약만으로 거의 팔려버렸다. 몇 년 전 만해도 죽을 둥 말 둥 한다던 동네가 쇄도하는 전화 예약에 참가 화랑들조차도 혀를 내둘렀다. 내달리는 건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1년 전만해도 이름조차 낯설던 아트펀드 상품이 앞 다퉈 속속 출시되는가 하면, 은행 PB들에게 미술은 새 교양 필수과목이 되는 추세다. 글로벌 추세인 저금리와 유동성 과잉. 그로 인한 부동자금이 주식시장과 함께 국내외 미술시장을 이처럼 달궈놓는 상황 속, 그런데 찝찝하니 어째 뭔가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케이오스(chaos)적 요인들이 따르는 복잡계인 주식시장 가격결정 구조에 비해 미술시장은 작품 가치(작품성)라는 절대 요인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상대적 선형계(線型系). 그러나 그 작품성이라는 것이 인간의 주관적 감성과 맞물리며 다분히 시장 참여자의 조작이 파고들 여지가 커진다는 점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포인트는 체계 없는 시장 질서다. 가격이 딱 떨어지는 공산품처럼은 아닐지라도 작가별 작품 가격 등이 계통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시장 현실은 유통 구조의 근본적 왜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경매시장이 살아나면서 ‘꿍꿍이속’이던 작품가가 어느 정도 공개되고 있다고는 하나 공정거래 정착에는 턱없는 정도다. 오히려 경매사가 대형 화랑들과 손잡고 전속 작가 작품가를 올리는 등 부당거래를 통해 투기를 조장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 화랑들은 그들대로 몇몇 작가로만 편중된 미술계 양극화를 되레 부추기고 있다며 경매시장의 쏠림 현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작품가가 화랑과 작가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음성적 미술품 거래 시장의 양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유통구조 투명화. 아트프라이스 등 외국의 사례처럼 작가와 작품 거래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체계적 정보 시스템 마련이 당장 시급한 문제다. 구매자가 작품의 적정 시장가와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될 미술시장 및 경매사 연감 등도 장기적으로 마련돼야 할 숙제다. 한편 미술품에 대한 과세 문제도 이에 맞물려 서서히 수면 위로 끄집어내야 할 사안이다. 지난 2003년 시장 육성이라는 명목 하에 일부 의원 발의로 어물쩍 폐지됐던 관련 입법안은 조세 공정성 측면의 차원에서도 마땅히 재검토돼야 할 일이다. 다만 과세로 거래 시장이 다시 지하로 숨어들어 불길이 지펴진 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탄력적으로 처리돼야 한다. 예컨대 고가 작품으로 과세를 한정하고 미술품을 사는 경우 손비처리 등 세제지원을 하는 방안들이다. 또한 이를 통해 얻은 세수도 어려운 처지의 작가들을 위한 지원자금 등으로 쓰면 미술계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모든 일들의 출발선이 바로 시장 거래의 투명성 확보다. 이렇게 저렇게 시장이 떠들썩해지고 있는 지금은 정부가 마냥 팔장만 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엉성한 제도의 비호(?) 아래 망국의 한탕주의 풍조로 얼룩져온 부동산 등 이 나라 투자시장에서의 뼈 아픈 경험을 반면교사로 전체 시장 질서, 그리고 문화 산업의 건전한 육성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한 공정경쟁 토대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곪아 터진 뒤 내성(耐性)만 생기는 항생제 치료로 번번이 뒷북만을 쳐온 지난날 관성으로부터 이번에는 약발 먹힐 선제적 예방 주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입력시간 : 2007/06/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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